[끝없는 월요일 – 7화] 노동선택권 보유 및 상속가능 계층

수 년 전에 필자는 부모님과 함께 강남 테헤란로를 지나고 있었다. 아버지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던 중 서초역 언저리쯤에서 아버지가 물으셨다.

“그래, 넌 회사 다니면서 맨날 돈, 돈 벌어야 한다고 떠드는데 너의 목표가 도대체 얼마냐?”

나는 대답했다.

“뭐… 아직 구체적으로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돈 좀 벌었다고 할라면 한 100억은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100억이라, 그래 100억 정도면 노동선택권 보유 및 상속가능 계층에 진입할 수준일 것 같다. 꽤 좋은 집을 구입하고, 남는 금액으로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안전한 투자를 한다면, 넉넉한 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수입이 생길 것이고, 내가 원하는 노동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리라. 수입을 잘만 활용한다면, 나의 자식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노동선택권도 대물림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 아버지의 반응은 솔직히 좀 놀라웠다.

“100억? 야, 요즘 세상에 100억이 돈이냐? 젊은 놈이 그렇게 포부가 작아서 어디다 쓰겠냐?”

참 충격적인 반응이셨다. 아버지 또한 100억은 벌어보지도 못하셨고, 당연한 생각이지만 앞으로도 그 금액에 도달하지 못 하실 것이다. 속으로는 그냥 장난을 치시거나 허세를 부리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거 100억이 얼마나 큰 돈인데, 너무 우습게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그 다음 말씀은 더 놀라웠고, 그 말씀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야, 이 옆에 건물들을 봐라. 저 건물들이 한 개에 얼마나 하겠냐? 당연히 100억은 넘어보이지? 세상에 100억 정도 번 사람들은 수 없이 많겠지? 어떻게 배포가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 정도 되는 걸 꿈으로 가질 정도 밖에 안되냐?”

그렇다. 아버지와의 이 대화는, 사실 노동선택권의 주제와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이 대화를 사용해서 노동선택권을 생각해보자. 서초역에서 역삼역까지 가는 동안 주변의 수많은 건물들은 어림짐작에 최소 100억원은 넘는 자산가치일 거다. 그 중 꽤 많은 건물들은 1,000억도 넘어가는 것들일 것이다. 이 건물들을 모두 대기업이나 재벌가가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많은 건물 중에 개인 소유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강남이 아니라, 서울시내 아주 많은 곳에 100억이 넘어가는 건물들은 수두룩하다. 이 건물들이 개인소유이거나 개인이 임대업을 목적으로 만든 기업의 소유라면, 그 건물들의 임대소득은 그들의 생활비를 충당하고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남을 것일테고, 이 사람들 모두 노동선택권 보유 및 상속가능 계층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통계적으로 연구해본 적은 없지만, 수 백 수 천 정도의 극소수는 당연히 아니지 않겠는가?

그들은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노동선택권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00억–1,000억 정도를 보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에 드러날 만한 기업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일반사람들과 비슷한 차림을 하고 다니며, 심지어는 우리같은 일반인들보다도 더 추루하게 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는 돈을 많이 지닌 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많아서, 자신의 자산을 드러내지도, 주변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섞여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한다고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며,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한국부자보고서표지참고로, KB 경영연구소에서 발행한 2015 한국 부자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개인이 약 18만 2천명이고, 이들은 평균 22억 3천만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다고 한다. 또한,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전체 개인자산의 약 43.1%를 차지한다고 하니, 개인자산이 25억원 이상인 사람이 약 18만 2천명인 것이고, 이들의 평균 개인자산은 50억이 넘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자산이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 주변에도 몇몇 보유자산 가치 100억이 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금융자산만 10억을 넘게 보유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저 18만명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이나 부동산은 절세 등의 목적으로 대부분 법인 소유로 되어있을 것이고, 이러한 법인들은 대부분 비상장, 비공개 기업일 것이므로, 그 법인들을 소유한 사람들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인구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저 18만 2천명에 속하지 않은 노동선택권 보유 및 상속가능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개인이 수십만명이면, 그 가족들의 숫자를 포함하면 노동선택권 보유 및 상속가능자들은 아마도 1백만명, 혹은 그 이상도 될 수 있지 않을까? 10만명이건, 100만명이건, 당신이 생각하던 숫자보다는 훨씬 더 큰 숫자이지 않은가? 여전히 오르지 못할 나무로만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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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선택권을 보유하고 상속가능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00억–1,000억 정도를 보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에 드러날 만한 기업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일반사람들과 비슷한 차림을 하고 다니며, 심지어는 우리같은 일반인들보다도 더 추루하게 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는 돈을 많이 지닌 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많아서, 자신의 자산을 드러내지도, 주변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섞여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한다고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며,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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