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월요일 – 8화] 노동선택권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

일하는 것이 즐겁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2003년 국내 대기업의 한 자회사인 증권사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필자는 군복무기간 26개월을 여름방학을 포함해서 다녀왔기에 군 생활 기간을 포함하여 대학을 6년 만에 졸업했었고, 남자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어린 신입사원이었다.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한데다가 체격 또한 큰 편이기에, 이런 저런 사내행사에 참여하게 될 수 밖에 없었고, 사내방송 등을 통해 노출이 잦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알아보고 기억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출근하다가, 식사다녀오다가 오가는 길에 만나는 많은 선배사원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하셨다.

“어이~ 신입사원~! 회사 재미있냐?”

혹은

“여어~ 신입사원~! 오랜만이네, 요새 즐겁게 일 잘하고 있지?”

등등의 질문이었다. 별 대단한 질문들도 아니었지만, 필자에게는 이러한 질문들이 참 고역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정을 잘 숨기지 않는 필자는 거짓말을 하기도 싫었고, 입에 발린

“아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넵 즐겁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등의 말을 하기가 너무 싫었었다. 사실 잘 지내고 있지도 않았었고, 너무 갑갑하고, 아무것도 해볼 수 있는 것이 없이 정수기 물이나 갈고, 복사기나 고치고 있는 필자가 뭐가 그렇게 즐거웠겠는가? 수 주간 고민한 후, 필자는 가장 적절한 대답을 알아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그룹의 신입사원으로써는 상당히 도전적이고 버르장 머리 없는 답이었던 것 같지만, “아뇨 잘 못지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보다는 나은 듯 싶었다. 필자가 선택한 답은;

“아~ 안녕하십니까~! 아.. 회사 생활이요? 하하. 회사 생활이 재미있으면 돈 내고 다녀야죠.”

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지어보였었다.

이 말, 그 때는 큰 의미 없이 했던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저 말은 마음속에 되뇌이고 있다. 회사 생활이 괴롭고 힘들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회사 생활이 즐거울 수가 없지, 즐거운 일은 돈을 내고 하는 거잖아? 영화를 보러가면 돈을 내듯이… 돈 받고 일할라면, 즐겁지 않고 괴롭더라도 참아야지.’

그 당시 필자는 노동선택권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냥 하루하루가 괴로웠지만, 경력관리 및 경제적인 이유로 별 다른 대안도 없었기에 괴로움을 견디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다.

공식2

(위의 공식에서 연봉 옆에 더 나아가 향후 증가할 연봉을 고려하려 한 것은 경력관리의 개념을 포함한 것이고, 괴로움은 그 업무로 인해 직접적으로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 개인 시간이 부족해 짐으로써 얻는 피로감, 상사나 고객으로 부터 겪을 수 있는 모멸감,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데서 겪는 좌절감 등의 모든 감정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래, 사람들은 저 연봉 / 괴로움이 큰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연봉이 많아야 할 것이고, 연봉이 적으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직업을 선택할 것이다. 연봉이란 수치로 계산되지만, 향후 증가하게 될 연봉을 고려함에 있어서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각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더욱 다를 것이다.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 자기 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한 괴로움, 업무의 난이도,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마찰 등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모두 다른 크기의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연봉 / 괴로움이란 숫자는 같은 일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올 것이고 그 다름에 따라 각자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할만하다, 아니면 업무로 인한 괴로움에 비해 연봉이 넉넉하기에 좋은 직업이다, 또는 즐겁다라고 자기 위안을 하는 정도가 아닐까?

정말로 누군가가 자기 일을 좋아하고 즐긴다면, 저 위의 공식에 있는 분자, 즉 연봉이라는 요인이 없어도 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해보자. 누군가가 당신이 현재 일하고 있는 직업에서 당신이 예상하는 정년의 나이에 이를 때까지 받을 모든 월급을 때맞춰 주고, 당신이 노력하여 얻을 승진의 효과와 동일하게 월급이 때맞춰 증가하고, 각종 모든 혜택이 회사를 다니는 것과 같은데 당신이 노동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당신은 회사에 나가 노동을 하겠는가? 일을 즐긴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자신의 일을 정말 즐겨서,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서 회사를 다니고, 노동을 팔고 있는 것일 것이다.

당시에는 이 정도를 깨달아놓고, 마치 혼자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듯 하였지만, 노동선택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끝없는 월요일 – 6] 노동선택권을 보유한 사람들에 언급하였던, 위로는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고, 그 테두리 안에서만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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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월요일 – 8화] 노동선택권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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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월요일 – 8화] 노동선택권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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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많으면 연봉이 많아야 할 것이고, 연봉이 적으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직업을 선택할 것이다. 연봉이란 수치로 계산되지만, 향후 증가하게 될 연봉을 고려함에 있어서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각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더욱 다를 것이다.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 자기 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한 괴로움, 업무의 난이도,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마찰 등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모두 다른 크기의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연봉 / 괴로움이란 숫자는 같은 일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올 것이고 그 다름에 따라 각자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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