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자들의 세상 – 3화] 주식의 절대가치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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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모델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모델들은 크게 2가지 범주로 나뉜다. 1) 절대가치평가 모델 (Absolute Valuation Models)2) 상대가치평가 모델 (Relative Valuation Models)로 분류되는데, 절대가치평가 모델은 펀더멘탈에만 기반하여, 투자의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방법이며, 상대가치평가 모델들은 비교대상군을 설정하여 그 대상군안의 다른 주식의 가격과 “상대적”으로 투자대상기업 주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상대가치평가 모델들에 대해서는 [낙관론자들의 세상 – 4화] 주식의 상대가치평가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주식의 절대가치평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주식의 절대가치평가

앞서 언급한 대로 절대가치평가는 대상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기법이다. 즉, 한 기업의 배당금, 현금흐름, 성장율 등을 분석하여 가치평가를 도출해 내며, 다른 기업과의 비교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범주에 속하는 가치평가방식은 배당할인모형, 현금흐름할인모형, 잔여이익모형 등이 있다.

배당할인모형 (Dividend Discount Model, DDM)

절대가치평가 모델 중 가장 기초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배당할인모형은 기업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에 기반하여 주식의 가치를 평가한다. 배당금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향후 실제로 받게 될 현금흐름이기에, 이 현금흐름들인 미래의 배당금들들을 시간가치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를 도출함으로써 그 주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모형이다. 따라서,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모형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정하게 배당을 지급하지 않아서 예측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도 사용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성숙단계에 있는 기업, 대형주들이 일정하고 안정적인 배당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본 모형은 그러한 기업들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현금흐름할인모형 (Discounted Cash Flow Model, DCF)

현금흐름할인모형은 배당금 대신, 사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배당할인모형을 사용하기 곤란한 미배당 기업이나 배당을 예측하기 힘든 기업의 주식가격평가에도 사용할 수 있다.

현금흐름할인모형은 그 자체로 또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대개 2단계의 현금흐름할인 단계를 사용하는 모형을 사용한다. 우선, 5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에 대한 현금흐름을 예상하고, 예측이 쉽지 않은 그 이상의 기간에는 잔여가치 혹은 영구가치 등으로 불리는 Terminal Value를 따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금흐름할인모형도 양(+)의 현금흐름을 가지지 않는 기업에는 적용이 곤란하다. 예를 들어, 중소고성장 기업들이나 성숙단계가 아닌 기업들이 자본지출이 큰 상태라면, 현금흐름이 음(-)일 경우가 잦기에 그 같은 기업에는 적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잔여이익모형 (Residual Income Valuation, RIV)

잔여이익모형도 사실 현금흐름할인 모형의 일부라 할 수 있는데, 주주의 투자원금인 자기자본에 자기자본요구수익율을 곱하여 자기자본비용을 계산하고, 향후 예상되는 매년 순이익에서 이 자기자본비용을 차감한 금액, 즉 잔여이익 (Residual Income)을 현재가치로 할인, 기업의 장부가치에 합하여 기업의 가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자기자본에 대한 요구수익율은 위험을 감수하는 주주의 기회비용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논리를 고려한 모형이다. 물론, 기업이 순손실 상태에 있거나 순이익이 예측하기 곤란하면 사용하기 힘들다.


물론 이 밖에도 수많은 모형들과 그 모형들의 변형들이 있지만, 우선 이같은 절대가치모델들에는 수 많은 가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 중 가장 치명적인 가정들 둘을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우선 가장 중요한, 현금흐름, 배당금, 순이익 등을 어떻게 예측할 지에 대한 가정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기업의 활동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의 반응, 신상품의 개발 및 그 성패, 마케팅의 성패, 원자재 가격의 등락 등 수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어떻게 5년 후, 10년 후 기업의 실적에 대해서 큰 오차 없는 예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그 이후 Terminal Value는 어떻게 그 간단한 성장모형이 그 이후의 수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겠는가?

2) 할인율에 대한 가정이다. 각 모형들의 공식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할인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엄청나게 변동할 것이다. 또한, 성장기업의 할인율이 10년 후, 성숙단계가 되었을 때, 그 할인율은 또 어떻게 조정이 되어야 하며, 매 기간 동안에 같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가? 변화를 부여한다면 어떻게, 얼마나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수학적인 공식으로, 계산으로 한 기업의 성장 및 성패, 수익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그 기업의 적정가치를 계산하겠다는 시도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변동은 직접적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저 공식들이 정말 적정한 주식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면, 하루에도 몇 %, 혹은 몇 십 % 까지 가격이 변동하는 주식들은, 그 현금흐름, 할인율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식의 가치는 또 어떻게 계산해낼 수 있을 것인가? 1987년 10월 19일 하루만에 다우존스산업지수가 22.61% 폭락한 검은 월요일은? 최근의 예를 든다면, 상해주가지수가 8.49% 폭락한 2015년 8월 24일은… 저 모든 예상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일까?

 


[낙관론자들의 세상 – 2화] 주식시장의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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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3년 이후로 줄곧 외화채권시장에 몸을 담아왔다. 물론 그 전에는 대학생 때나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주식에 투자도 했었고, 크게 관련되지는 않았었지만 국내 증권사에서 주식에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주식시장에 대해서 나름 일반인들 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007년 및 2008년에 겪은 경험들로 인해, 채권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그 관점의 차이 때문에 오히려 비금융 관련자들 보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 필자는 제이피모건 (J.P.Morgan) 이라는 투자은행에서 해외채권 영업업무를 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미 연방준비은행은 2004년 6월 부터 2006년 6월까지, 매 위원회가 개최될 때마다 17번에 걸쳐서 25bp (0.25%p) 씩 1.00%에서 5.25%까지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렸었고, 저금리 시기에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관행, 수익율을 올리기 위한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고평가된 위험자산 및 부동산 버블 등으로 인해, 결국 서브프라임 위기(Subprime Crisis)를 맞게 된다. 일부 레포 시장 (REPO Market) 담당자들은 2007년 초부터 그 이상 조짐이 느껴졌었다고 하지만, 필자가 속한 외화채권시장에 그 조짐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7월 17일, 베어스턴즈 (Bear Sterns) 라는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주로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에 투자하는 Bear Sterns High-Grade Structured Credit Fund와 Bear Sterns High-Grade Structured Credit Enhanced Leveraged Fund의 가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급락으로 거의 0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공시했을 때였다. 그 이후로 2008년 9월 15일, 리만 브라더즈 (Lehman Brothers) 가 파산하기 전까지, 베어스턴즈는 그 손실들을 견디지 못해 85년의 역사를 미처 채우지 못하고 2008년 3월 16일에 제이피모건에 인수되었고,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5.05%에서 3.7% 수준까지 하락하였으며, 연방준비위원회는 25bp, 50bp, 심지어 75bp씩 위원회가 개최되지 않는 기간에도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하였고, 들어본 적도 없었던 각종 유동성 공급 장치들을 가동하였었다. 당시 채권시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가 봐도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으며 수많은 정리해고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이 오리라고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좀 달랐다. 물론 상당수준 하락하였고, 또 정책금리 인하로 인해 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었지만, 미국의 S&P 500 지수는 동 기간동안 약 1550에서 1250정도까지, 20% 정도의 하락에 불과하였다. 서브프라임 위기 기간동안 최저점이 676.53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미하다고도 볼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주식시장의 반응이 느렸던 것일까? 같은 금융시장에 속한 참여자들이 자신들이 다루는 상품의 차이로 인해 저 정도의 심리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을 보는 견해의 차이가 있는 듯 싶었다. 채권시장에 속한 참여자들은 그 상품의 특성상, 경기가 안 좋으면 금리가 하락, 채권가격이 상승하고, 또한 채권이란 상품 자체가 그 참여자들을 보수적으로 만드는 듯 같다. 즉,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관점에서 시장 및 경기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하여,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은 세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는 듯 하다. [낙관론자들의 세상]이라는 칼럼의 제목도 그러한 이유에서 정하게 되었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별다른 악재가 있지 않다면, 특정한 이유가 없더라도 주가는 오르는 것이 기정 사실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인 듯 느껴진다. 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미국 금융시장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드는 지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리만 브라더즈의 부도라는 눈에 확연히 띄는 사건이 생길 때까지 크게 하락하지 않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이 명확하게 확인이 되고 나서야 패닉 상태가 되어 하락하였었다. 이는 하나의 예일 뿐, 상당히 많은 경우에 경기에 대한 채권시장의 참여자들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견해는 극히 상반되어 보인다. 물론, 채권시장 참여자로써 필자의 견해가 낙관론자들보다 더 비관적인 것, 그리고 일반적으로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주식시장 참여자들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