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세라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매우 특수한 임대방식이다. 그렇기에 영어로도 ‘Jeonse’라고 쓰며, 위키피디아에서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Jeonse (Hangul: 전세; Hanja: 傳貰) is a real estate term unique to South Korea that refers to the way apartments are leased. Instead of paying monthly rent, a renter will make a lump-sum deposit on a rental space, at anywhere from 50% to 80% of the market value.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Jeonse]

보다시피 “unique to South Korea”, 한국의 독특한 주택임대 용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전혀 이해를 못하는 임대방식이다. 보증금이 상당히 비싸긴 하지만, 왜 월세를 내지 않는가? 월세를 내지 않는다면 집주인은 도대체 왜 임대를 해주는가?라고들 의아해 하곤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전세라는 제도는 점진적으로 사라져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우선 전세 계약을 하는 집 주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가정에서와 같이 주택가격이 4억원이고, 그 주택에 대한 전세가격이 3억원이라면, 전세형태로 임대를 하려는 집주인은 다음과 같은 거래들을 할 것이다.

  1. 주택매도자로부터 4억원에 주택을 매입한다.
  2. 3억원에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한다.

초기 4억원이 있었던 집주인은 (주택에 대한 소유권 + 3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게 되고, 해당 3억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기타 금융수익이 생기는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을 것이다.

만약 집주인이 주택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해당 3억을 어떤 형태로 투자하였건 간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원금 4억원에 대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Option1의 경우에는 취등록세, 재산세 등을 추가로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Option2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던 외국인 친구들도 그러한 이유로 전세제도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다.

물론, 이 논리는 단 한 가지 전제만 있으면 손쉽게 반박된다.

전제: 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근대화 이후 지난 수십년간 그래왔듯이, 주택가격의 상승이 기대된다면, Option1은 연 소득 1,500만원에 더해서 ‘주택가격의 상승분’이라는 추가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이 추가 수익의 규모가 취등록세, 재산세, 양도세 및 매각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두 옵션의 연소득 차이의 누적치를 초과한다면, 주택을 구입하여 전세계약을 할 것이다.

좀 더 나아가서, 실제 주택가격인 4억원의 금액이 없다하더라도, 전세 계약을 통해 1억원+각종 세금만 있다면, 4억원의 집을 구입하여 주택가격 상승 효과를 레버리지하여 수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4억원을 투자하여 수 년 후, 주택가격이 5억원이 되었으면 투자기간동안 25%의 자본소득을 얻게 되지만, 전세계약을 통해 4억원 짜리 주택을 실투자금 1억원을 주고(나머지 3억은 전세보증금) 매입하였고, 매각 시점에 5억원이 되었다면 주택구입자는 실투자금 1억으로 2억(주택 매각 5억 – 전세보증금 3억)을 만들게 되는 것이고, 이 때의 실제투자 자금의 수익율은 100%이다.

국토가 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공공재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서 우리나라 정부는 주택의 건설, 주택가격의 변화 등에 대해 항상 면밀히 검토하고 다양한 정책들(때로는 너무 많아 서로 충돌되기도 하지만)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주택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곤 하는데, 전세제도에 대한 논란 또한 뜨겁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주택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80%, 혹은 그 이상에 달하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이유로 전세제도가 사라지지 않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의 생각은 정 반대다.

우선, 전세나 월세 형태로 주택을 임대하려는 집주인이나 예비집주인은 적어도 현 시점에는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현재 집을 구입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월세 수입을 추구하는 주택보유자가 아닌, 특히 전세계약을 하려는 주택보유자들은, 약간의 예외도 없진 않겠지만, 대부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매입/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좋게 보면 투자자들이지만, 나쁘게 보면 부동산 투기세력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정상적인 물가상승 수준의 가격상승이 유지된다면, 전세보증금은 사실 주택매매가보다 오히려 소폭 높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세 세입자들은 취등록세를 지불하지도 않고, 재산세를 매년 내지도 않으며, 또한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는 위험도 거의 감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부도가 난다면,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전세보증금의 일부 손실이 가능할 수도 있다.) 결국, 전세제도를 지탱하기 위한 전세자금 대출 등의 각종 제도들이 존재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면, 굳이 정부나 그 누군가의 의지나 노력없이도 전세라는 계약형태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도 매매가보다는 20-30%라도 낮은 전세가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 주장한다면? 전세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투기세력이 사라진다면, 주택가격은 하락하거나 적어도 상승폭이 감소될 것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전세보증금 보다도 낮은 가격에 같은 주택을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전세제도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아닌 투기수요가 손쉽게 주택을 매입하고, 그렇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더욱 상승하는… 전세가 있어서 적은 비용으로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 있기 때문에 집값이 더욱 올라서 주택매입을 못하고 전세로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낙관론자들의 세상 – 5화] 주식가격의 형성

앞서 [낙관론자들의 세상 – 3화] 주식의 절대가치평가 및 [낙관론자들의 세상 – 4화] 주식의 상대가치평가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수많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기업의 주식가격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려하는 것은, 미국 대선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공식으로 계산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대단한 수학공식을 만든 사람은 돈방석에 앉을 것이고, 그러한 공식이 만들어지고 알려지는 순간, 모두가 적정 주식가격을 산출해낼 수 있을 것이므로, 주식시장에서 초과이윤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일단 필자의 생각부터 말하자면, 주식의 가격은 자연과학의 영역이 아닌 사회과학의 영역이다. 즉, 어떤 원리나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 자연과학이 아닌, 그 하나하나에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 반영되어있는 사회과학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국내 증권사에서 법인 영업관리 업무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같은 팀에 있는 대리가 신입사원인 필자에게 물었었다.

“어이 신입사원~! 오늘 주가가 왜 이렇게 오르냐?”

알 리가 있겠는가? 당연하게도 이렇게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그 대리가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이야기하였었다.

“야, 모르겠으면 그냥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보다 많아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되지.”

‘아, 훌륭한 대답이다. 다음부터는 저렇게 답해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물론, 다른 모든 변수가 불변이었을 경우,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보다 많다면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수가 불변’이라는 가정은 불가능한 가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주식시장은 수많은 참여자가 존재하는 시장이다. 그 어떤 시점에도 다른 모든 변수가 변하지 않는다라는 가정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삼성전자의 주식가격이 주당 170만원 쯤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금일 실적발표가 있었고, 그 실적발표가 시장기대치를 훨씬 상회했다고 가정해보자. 순간적으로 주식가격은 상승할 것이고, 삼성전자 주식은 무거운 주식이니, 5-6%정도가 상승하여 180만원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170만원에서 180만원까지 상승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매수물량이 매도물량보다 반드시 많았을까?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실적을 발표하는 순간, 170만원이나 그 이하에 있던 매도잔량들이 순간적으로 사라졌을 것이고, 그 매도 잔량들이 180만원 언저리에 다시 나타났을 것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은, 실적발표가 된 순간, 더 이상 삼성전자의 주식가격이 170만원 언저리에 형성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180만원 언저리에서 새로운 호가가 생성되며 가격이 움직였을 것이다. 그 호가가 변하는 순간, 반드시 매수물량이 많았다고 볼 수 없고, 사실 그다지 중요한 정보도 아니다.

다른, 좀더 극단적이고 흔치 않은 예를 들어보자.

2008년 9월 13일 토요일, 리만 브라더스 (Lehman Brothers)는 BoA와 바클레이즈 (Barclays)와 협상중이던 기업매각 작업이 결렬되었다고 확인하였고, 9월 15일 월요일 새벽에 파산절차에 들어간다. 9월 15일,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504.48 포인트, 4.42%가 하락하였다.

주말사이에 누군가가 주식을 매각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새로운 변수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가 생겼고, 그 변수에 의해 시장참여자 모두의 적정 주식가격에 대한 판단이 바뀐 것이고, 그 변화가 호가에 반영이 되며, 특별한 거래 없이도 월요일 개장 직후 주식시장은 이미 폭락한 상태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다시 위의 두 사례를 정리하면, 주식의 가격은 시장참여자의 호가가 변화하면서 상승하거나 하락하였다. 호가는 각 시장참여자 개개인의 판단이었을 것이며, 모든 시장참여자는 인간이다. 결국, 주식시장에서 주식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요인은 시장참여자의 마음, 그들의 심리이다.

비록 채권쟁이이긴 하지만,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금융시장을 모니터하던 필자에게, 한 금융상품의 가격 (혹은 채권시장의 금리)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숫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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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렸을 때, 함수에 대해서 처음 배웠을 때는 위와 같은 그림으로 배웠었다. 어떤 기계인지 뭔지 장치가 있고, 그 장치에서는 x6을 하게 되어 있고, 2를 집어넣으면, 2×6, 즉 12가 빈 칸에 들어갔어야 하는 문제들을 학습지에서, 그리고 교과서에서 풀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배우는지는 모르겠다.

시장에 대해, 시장에서 금융상품들의 가격이 형성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때마다 어렸을 적 저 그림이 생각난다. 다시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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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입력조건이 ‘시장참여자의 심리’라는 장치 안으로 들어가면 해당 금융자산의 가격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그림이다. 입력 (Input)은 해당 기업의 실적일 수도 있고, 신제품 발매, 유능한 임원의 채용, 무능한 사장의 퇴임, 경쟁사의 악재, 환율의 변화로 인한 수출조건의 개선, 유가의 변동으로 인한 제품원가 상승, 정부의 정책변화로 인한 호재, 산업의 업황, 신기술에 대한 투자, 자연재해, 파업으로 인한 제품 생산의 차질,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침체, 무역조건의 악화… 당장 열거하라해도 수 백가지는 너끈히 열거할 수 있는 수많은 그 기업과 관련된 정보들이다. 그 정보가 시장참여자의 심리라는 함수장치에 들어가서, 해당 금융자산의 가격이라는 산출물이 생긴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호재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악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심리가 결국 시장을 지배할 것이며,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Don’t Fight the Tape란 말이 있지 않은가? 시장에 맞서 싸우다가는 혼자만 쓸쓸히 막심한 손해를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가격은 어떻게 예측할까?

모르겠다. 필자의 생각대로 어떤 금융자산의 가격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숫자’, 즉 시장참여자의 심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야 할 것이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더욱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사람의 마음은 갈대라고, 그 심리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폭좁은 지식수준에서는, 주식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낙관론자들의 세상 – 4화] 주식의 상대가치평가

[낙관론자들의 세상 – 3화] 주식의 절대가치평가에서 언급하였듯이, 주식의 상대가치평가에 대해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고, 간단하게 짚어보자.


주식의 상대가치평가

주식의 절대가치평가와는 반대로, 상대가치평가 모델들은 평가하려는 기업의 주식 가격을 비슷한 다른 기업들의 주식가격들과 비교한다. 일반적으로 멀티플 (Multiple, 배수) 방식이나 비율 (Ratio)를 자주 사용하며, 동종산업간, 비슷한 기업들과의 각종 비율 및 멀티플을 비교해서 해당 기업의 주식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절대가치평가보다 적용이 용이하고, 계산이 덜 복잡해서 많은 투자자들 및 애널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며, 절대가치평가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주가수익비율 (Price Earning Ratio / PER)

한 기업의 주식가격을 주당 순이익 (Earning Per Share, EPS, 즉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총 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나눈 비율이다. 우선 비교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을 선정하고, 그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을 계산한 후, 해당 기업의 주당 순이익에 곱하면 주가수익비율 모델에 의한 해당 기업의 주식 가격이 산출된다.

 

EV/EBITDA (혹은 Enterprise Multiple)

EV (Enterprise Value)는 기업가치를 의미하고, 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sation)는 세전영업이익을 의미한다. 기업가치를 세전영업이익으로 나눈, 다시 말하면, 기업을 매수하는 입장에서 향후 몇 년 만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멀티플 (Multiple)이다. 마찬가지로 동종산업, 혹은 비교할 만한 기업군을 선정하고 그 기업들의 EV/EBITDA를 산출, 해당기업의 EBITDA에 곱하여서 EV, 즉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가장 흔하게 활용하는 멀티플 (Multiple)이기도 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 Bookvalue Ratio

기업의 자본금 총계, 혹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차감한 금액, 즉 순자산을 총주식수로 나눈 주당순자산으로 주식가격을 나눈 비율 혹은 배수이다. 기업이 청산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주주가 받게될 가치와 주식가격의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종업계 혹은 다른 비교할 만한 대상군을 설정, 대상군의 주가순자산비율을 계산하여, 해당기업의 주당순자산을 산출, 곱해서 적정 주가를 계산한다.

 


위에 언급한 상대가치평가 방식들이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식들이긴 하지만,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상대가치평가 모델들이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였지만, 내용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상대가치평가 모델들은 시간 차이에 의한 오류가 생긴다. 즉, 주식가격은 현재 혹은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는 반면에, 그 공식에 포함된 다른 변수는 과거의 변수라는 것이다. 주가수익비율은 주당 순이익이, EV/EBITDA 모델에서는 EBITDA가, 주가순자산비율에서는 주당순자산이 이미 과거에 발표된 지표이며, 주식가격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는 현재 및 미래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논리적 모순이 있다. 이 논리가 맞는다면,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후, 다음 실적을 발표할 때까지 그 기업의 주식가격은 고정되어 있어야 할 것이지 않을까?

또한, 비교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부분에서도 수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적정 주식가격을 산출하는데 있어서, LG전자가 비교대상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애플이 비교대상이 되어야 할까? 각 기업은 진출해 있는 산업의 영역이 제각각이며, 그 개별적인 특징들이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비교대상 기업을 선정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일 수도 있다. 모델을 활용해보면 알겠지만, 대상기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적정 주식가격은 널을 뛸 것이다. 한 기업의 가치가 과연 저렇게 간단한 공식들로 산출할 만한 것일까?

추가적으로, 필자가 [낙관론자들의 세상]이라는 시리즈를 작성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만약에, 필자의 생각대로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이 대체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필요 이상으로 주식의 가격들이 고평가되어 있다면? A의 주식도, B의 주식도, C의 주식도 모두가 고평가되어 있는 상태라면, 상대가치평가 모델에 의해서 산출되는 D주식이건, E주식이건 모든 주식이 다 같이 지나치게 높은 ‘적정 주가’를 산출해낼 것이다. 위의 모델들은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오류로 인해 그 자체로도 대단한 모델들로 보이지 않지만,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도 입력이 되는 변수가 잘못되었다면, 결과도 잘못나올 수 밖에 없다.

 

 


 

 

[낙관론자들의 세상 – 3화] 주식의 절대가치평가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모델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모델들은 크게 2가지 범주로 나뉜다. 1) 절대가치평가 모델 (Absolute Valuation Models)2) 상대가치평가 모델 (Relative Valuation Models)로 분류되는데, 절대가치평가 모델은 펀더멘탈에만 기반하여, 투자의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방법이며, 상대가치평가 모델들은 비교대상군을 설정하여 그 대상군안의 다른 주식의 가격과 “상대적”으로 투자대상기업 주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상대가치평가 모델들에 대해서는 [낙관론자들의 세상 – 4화] 주식의 상대가치평가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주식의 절대가치평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주식의 절대가치평가

앞서 언급한 대로 절대가치평가는 대상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기법이다. 즉, 한 기업의 배당금, 현금흐름, 성장율 등을 분석하여 가치평가를 도출해 내며, 다른 기업과의 비교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범주에 속하는 가치평가방식은 배당할인모형, 현금흐름할인모형, 잔여이익모형 등이 있다.

배당할인모형 (Dividend Discount Model, DDM)

절대가치평가 모델 중 가장 기초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배당할인모형은 기업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에 기반하여 주식의 가치를 평가한다. 배당금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향후 실제로 받게 될 현금흐름이기에, 이 현금흐름들인 미래의 배당금들들을 시간가치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를 도출함으로써 그 주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모형이다. 따라서,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모형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정하게 배당을 지급하지 않아서 예측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도 사용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성숙단계에 있는 기업, 대형주들이 일정하고 안정적인 배당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본 모형은 그러한 기업들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현금흐름할인모형 (Discounted Cash Flow Model, DCF)

현금흐름할인모형은 배당금 대신, 사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배당할인모형을 사용하기 곤란한 미배당 기업이나 배당을 예측하기 힘든 기업의 주식가격평가에도 사용할 수 있다.

현금흐름할인모형은 그 자체로 또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대개 2단계의 현금흐름할인 단계를 사용하는 모형을 사용한다. 우선, 5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에 대한 현금흐름을 예상하고, 예측이 쉽지 않은 그 이상의 기간에는 잔여가치 혹은 영구가치 등으로 불리는 Terminal Value를 따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금흐름할인모형도 양(+)의 현금흐름을 가지지 않는 기업에는 적용이 곤란하다. 예를 들어, 중소고성장 기업들이나 성숙단계가 아닌 기업들이 자본지출이 큰 상태라면, 현금흐름이 음(-)일 경우가 잦기에 그 같은 기업에는 적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잔여이익모형 (Residual Income Valuation, RIV)

잔여이익모형도 사실 현금흐름할인 모형의 일부라 할 수 있는데, 주주의 투자원금인 자기자본에 자기자본요구수익율을 곱하여 자기자본비용을 계산하고, 향후 예상되는 매년 순이익에서 이 자기자본비용을 차감한 금액, 즉 잔여이익 (Residual Income)을 현재가치로 할인, 기업의 장부가치에 합하여 기업의 가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자기자본에 대한 요구수익율은 위험을 감수하는 주주의 기회비용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논리를 고려한 모형이다. 물론, 기업이 순손실 상태에 있거나 순이익이 예측하기 곤란하면 사용하기 힘들다.


물론 이 밖에도 수많은 모형들과 그 모형들의 변형들이 있지만, 우선 이같은 절대가치모델들에는 수 많은 가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 중 가장 치명적인 가정들 둘을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우선 가장 중요한, 현금흐름, 배당금, 순이익 등을 어떻게 예측할 지에 대한 가정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기업의 활동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의 반응, 신상품의 개발 및 그 성패, 마케팅의 성패, 원자재 가격의 등락 등 수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어떻게 5년 후, 10년 후 기업의 실적에 대해서 큰 오차 없는 예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그 이후 Terminal Value는 어떻게 그 간단한 성장모형이 그 이후의 수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겠는가?

2) 할인율에 대한 가정이다. 각 모형들의 공식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할인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엄청나게 변동할 것이다. 또한, 성장기업의 할인율이 10년 후, 성숙단계가 되었을 때, 그 할인율은 또 어떻게 조정이 되어야 하며, 매 기간 동안에 같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가? 변화를 부여한다면 어떻게, 얼마나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수학적인 공식으로, 계산으로 한 기업의 성장 및 성패, 수익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그 기업의 적정가치를 계산하겠다는 시도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변동은 직접적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저 공식들이 정말 적정한 주식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면, 하루에도 몇 %, 혹은 몇 십 % 까지 가격이 변동하는 주식들은, 그 현금흐름, 할인율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식의 가치는 또 어떻게 계산해낼 수 있을 것인가? 1987년 10월 19일 하루만에 다우존스산업지수가 22.61% 폭락한 검은 월요일은? 최근의 예를 든다면, 상해주가지수가 8.49% 폭락한 2015년 8월 24일은… 저 모든 예상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일까?

 


[낙관론자들의 세상 – 2화] 주식시장의 낙관론

필자는 2003년 이후로 줄곧 외화채권시장에 몸을 담아왔다. 물론 그 전에는 대학생 때나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주식에 투자도 했었고, 크게 관련되지는 않았었지만 국내 증권사에서 주식에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주식시장에 대해서 나름 일반인들 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007년 및 2008년에 겪은 경험들로 인해, 채권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그 관점의 차이 때문에 오히려 비금융 관련자들 보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 필자는 제이피모건 (J.P.Morgan) 이라는 투자은행에서 해외채권 영업업무를 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미 연방준비은행은 2004년 6월 부터 2006년 6월까지, 매 위원회가 개최될 때마다 17번에 걸쳐서 25bp (0.25%p) 씩 1.00%에서 5.25%까지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렸었고, 저금리 시기에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관행, 수익율을 올리기 위한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고평가된 위험자산 및 부동산 버블 등으로 인해, 결국 서브프라임 위기(Subprime Crisis)를 맞게 된다. 일부 레포 시장 (REPO Market) 담당자들은 2007년 초부터 그 이상 조짐이 느껴졌었다고 하지만, 필자가 속한 외화채권시장에 그 조짐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7월 17일, 베어스턴즈 (Bear Sterns) 라는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주로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에 투자하는 Bear Sterns High-Grade Structured Credit Fund와 Bear Sterns High-Grade Structured Credit Enhanced Leveraged Fund의 가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급락으로 거의 0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공시했을 때였다. 그 이후로 2008년 9월 15일, 리만 브라더즈 (Lehman Brothers) 가 파산하기 전까지, 베어스턴즈는 그 손실들을 견디지 못해 85년의 역사를 미처 채우지 못하고 2008년 3월 16일에 제이피모건에 인수되었고,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5.05%에서 3.7% 수준까지 하락하였으며, 연방준비위원회는 25bp, 50bp, 심지어 75bp씩 위원회가 개최되지 않는 기간에도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하였고, 들어본 적도 없었던 각종 유동성 공급 장치들을 가동하였었다. 당시 채권시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가 봐도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으며 수많은 정리해고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이 오리라고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좀 달랐다. 물론 상당수준 하락하였고, 또 정책금리 인하로 인해 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었지만, 미국의 S&P 500 지수는 동 기간동안 약 1550에서 1250정도까지, 20% 정도의 하락에 불과하였다. 서브프라임 위기 기간동안 최저점이 676.53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미하다고도 볼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주식시장의 반응이 느렸던 것일까? 같은 금융시장에 속한 참여자들이 자신들이 다루는 상품의 차이로 인해 저 정도의 심리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을 보는 견해의 차이가 있는 듯 싶었다. 채권시장에 속한 참여자들은 그 상품의 특성상, 경기가 안 좋으면 금리가 하락, 채권가격이 상승하고, 또한 채권이란 상품 자체가 그 참여자들을 보수적으로 만드는 듯 같다. 즉,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관점에서 시장 및 경기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하여,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은 세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는 듯 하다. [낙관론자들의 세상]이라는 칼럼의 제목도 그러한 이유에서 정하게 되었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별다른 악재가 있지 않다면, 특정한 이유가 없더라도 주가는 오르는 것이 기정 사실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인 듯 느껴진다. 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미국 금융시장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드는 지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리만 브라더즈의 부도라는 눈에 확연히 띄는 사건이 생길 때까지 크게 하락하지 않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이 명확하게 확인이 되고 나서야 패닉 상태가 되어 하락하였었다. 이는 하나의 예일 뿐, 상당히 많은 경우에 경기에 대한 채권시장의 참여자들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견해는 극히 상반되어 보인다. 물론, 채권시장 참여자로써 필자의 견해가 낙관론자들보다 더 비관적인 것, 그리고 일반적으로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주식시장 참여자들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 하다.


[낙관론자들의 세상 – 1화] 주식의 가치에 대한 생각

대개 회사가 파산하면 채무자에게 빌린 돈을 먼저 갚고 남은 것을 주주에게 배당하는데 채무를 갚기 위해 자산을 모조리 팔아치우기 때문에 주주들은 원금 상환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주식으로 돈 버는 유일한 방법은 누군가가 내가 산 주식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내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사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돈을 창출하기보다는 항상 누군가가 뒤에서 돈을 공급해주기를 기대하는 금융상품이다보니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단계 판매와 다를 바 없다.

현명한 투자자가 알아야 할 돈에 관한 진실, 김항주 지음, [주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다] 편, [주식은 인간 소유욕의 반증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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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신증권 김항주 팀장님이 예전에 쓰신 책에서 언급하신 내용이다. 김항주 팀장님은 헤지펀드 QFS, 자산운용회사인 얼라이언스 캐피탈, 생명보험 자산운용회사인 구겐하임파트너스, 지금은 JP모건에 인수된 워싱턴뮤추얼, 부티크 회사인 알파리서치캐피탈 등에서 주로 모기지 파생상품 관련되어 투자업무를 하시다가 현재는 대신증권에서 각종 MBS 관련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계신다. 필자가 그 분을 알기 전에 쓰신 책이긴 하지만, 책을 쓰셨었다는 말씀에 어디서 사야 하는 지를 여쭙다가 필자가 속한 회사가 신라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어느 날, 신라호텔까지 직접 오셔서 손수 전해 주셨다.

사실 책의 내용은 관련 업무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난해할 수도 있다 싶었다. 금융시장의 이면에 대한 분석과 비판, 그리고 저자의 의견이 담겨 있고, 무엇보다도 주식시장에 대한 그 분의 견해가 필자와 상당히 겹치는 것 같았다.

[낙관론자들의 세상] 칼럼에서는 주식시장의 참여자가 아닌, 외부에서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비전문가인 필자의 입장에서, 과연 주식의 가치는 적정하며 참여자들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써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김항주 팀장님 및 필자 주변의 몇몇은 필자의 의견을 들어볼만 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Food for Thought, 즉, 생각해 볼거리? 이 정도로 이런 의견과 생각도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