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세라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매우 특수한 임대방식이다. 그렇기에 영어로도 ‘Jeonse’라고 쓰며, 위키피디아에서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Jeonse (Hangul: 전세; Hanja: 傳貰) is a real estate term unique to South Korea that refers to the way apartments are leased. Instead of paying monthly rent, a renter will make a lump-sum deposit on a rental space, at anywhere from 50% to 80% of the market value.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Jeonse]

보다시피 “unique to South Korea”, 한국의 독특한 주택임대 용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전혀 이해를 못하는 임대방식이다. 보증금이 상당히 비싸긴 하지만, 왜 월세를 내지 않는가? 월세를 내지 않는다면 집주인은 도대체 왜 임대를 해주는가?라고들 의아해 하곤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전세라는 제도는 점진적으로 사라져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우선 전세 계약을 하는 집 주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가정에서와 같이 주택가격이 4억원이고, 그 주택에 대한 전세가격이 3억원이라면, 전세형태로 임대를 하려는 집주인은 다음과 같은 거래들을 할 것이다.

  1. 주택매도자로부터 4억원에 주택을 매입한다.
  2. 3억원에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한다.

초기 4억원이 있었던 집주인은 (주택에 대한 소유권 + 3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게 되고, 해당 3억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기타 금융수익이 생기는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을 것이다.

만약 집주인이 주택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해당 3억을 어떤 형태로 투자하였건 간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원금 4억원에 대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Option1의 경우에는 취등록세, 재산세 등을 추가로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Option2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던 외국인 친구들도 그러한 이유로 전세제도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다.

물론, 이 논리는 단 한 가지 전제만 있으면 손쉽게 반박된다.

전제: 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근대화 이후 지난 수십년간 그래왔듯이, 주택가격의 상승이 기대된다면, Option1은 연 소득 1,500만원에 더해서 ‘주택가격의 상승분’이라는 추가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이 추가 수익의 규모가 취등록세, 재산세, 양도세 및 매각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두 옵션의 연소득 차이의 누적치를 초과한다면, 주택을 구입하여 전세계약을 할 것이다.

좀 더 나아가서, 실제 주택가격인 4억원의 금액이 없다하더라도, 전세 계약을 통해 1억원+각종 세금만 있다면, 4억원의 집을 구입하여 주택가격 상승 효과를 레버리지하여 수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4억원을 투자하여 수 년 후, 주택가격이 5억원이 되었으면 투자기간동안 25%의 자본소득을 얻게 되지만, 전세계약을 통해 4억원 짜리 주택을 실투자금 1억원을 주고(나머지 3억은 전세보증금) 매입하였고, 매각 시점에 5억원이 되었다면 주택구입자는 실투자금 1억으로 2억(주택 매각 5억 – 전세보증금 3억)을 만들게 되는 것이고, 이 때의 실제투자 자금의 수익율은 100%이다.

국토가 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공공재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서 우리나라 정부는 주택의 건설, 주택가격의 변화 등에 대해 항상 면밀히 검토하고 다양한 정책들(때로는 너무 많아 서로 충돌되기도 하지만)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주택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곤 하는데, 전세제도에 대한 논란 또한 뜨겁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주택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80%, 혹은 그 이상에 달하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이유로 전세제도가 사라지지 않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의 생각은 정 반대다.

우선, 전세나 월세 형태로 주택을 임대하려는 집주인이나 예비집주인은 적어도 현 시점에는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현재 집을 구입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월세 수입을 추구하는 주택보유자가 아닌, 특히 전세계약을 하려는 주택보유자들은, 약간의 예외도 없진 않겠지만, 대부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매입/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좋게 보면 투자자들이지만, 나쁘게 보면 부동산 투기세력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정상적인 물가상승 수준의 가격상승이 유지된다면, 전세보증금은 사실 주택매매가보다 오히려 소폭 높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세 세입자들은 취등록세를 지불하지도 않고, 재산세를 매년 내지도 않으며, 또한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는 위험도 거의 감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부도가 난다면,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전세보증금의 일부 손실이 가능할 수도 있다.) 결국, 전세제도를 지탱하기 위한 전세자금 대출 등의 각종 제도들이 존재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면, 굳이 정부나 그 누군가의 의지나 노력없이도 전세라는 계약형태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도 매매가보다는 20-30%라도 낮은 전세가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 주장한다면? 전세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투기세력이 사라진다면, 주택가격은 하락하거나 적어도 상승폭이 감소될 것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전세보증금 보다도 낮은 가격에 같은 주택을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전세제도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아닌 투기수요가 손쉽게 주택을 매입하고, 그렇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더욱 상승하는… 전세가 있어서 적은 비용으로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 있기 때문에 집값이 더욱 올라서 주택매입을 못하고 전세로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