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삼성그룹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성공적”이라고 부르기에는 삼성그룹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잃은 것이 너무 많다. 비록 (신) 삼성물산의 출범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승계의 한 단계를 지나왔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합병을, 그리고 승계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조선닷컴]

  • 논공행상은 필요없다. 이번 합병의 최대 공헌자라고 불리우는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은 성과를 치하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엘리엇이라는 복병을 미연에 발견, 방지하지 못한 그들은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다고 봐야할 것이다. 수많은 부작용을 가져왔으며, 비난 여론을 들끓게 하였기에, 차후에는 그들보다는 더 전문성이 뛰어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 소액주주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전일 합병안은 주총참석율, 83.57%, 참석주주의 69.53%가 찬성하면서 가결되었다, 애초 삼성 측 특수관계인(13.82%)과 KCC(5.96%), 국민연금(11.21%)에 국내 기관투자가(11.05%)의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계산하면, 주총참석주주의 약 50%를 이미 확보하고 시작한 경쟁이었다. 즉, 그 이외 약 50%의 참석주주 중에서는 반대표 비중이 60%가 넘었던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소액주주가 상당하였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여러번의 합병과 인수를 지속할 것이 분명한데, 소수주주를 위하는 태도를 유지하여야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앞으로의 과정이 용이할 것이다.
  • 기관투자가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다수의 국내 기관투자가와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가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룹의 가치를 증대시켜서 결국 합병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든,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투자를 늘려주겠다는 약속이었든, 그 약속을 지켜야 다음 합병 및 인수에도 그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감을 보상하여야 한다. 이번 합병 건으로 인해, 특정 인종에 대한 비하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여론 조성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차 확인됨으로써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를 증명해 보여준 셈이 되었다. 삼성그룹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바로잡아줘야 할 것이다.
  • 주가를 회복시켜야 한다. 약속한 바, 광고한 바와 다르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표결 이후, 각각 7.73%, 10.39% 폭락하였다.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합병에 찬성한 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하다. 어떤 형태로든 이를 회복시켜서 그들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
  •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 여론 해소를 도와야 한다. 절차에 대한 논란으로, 합병 이후 주가 폭락으로, 특정 재벌가문을 도왔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들의 찬성표가 없었으면, 본 합병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와라. 국민연금은 다른 어떤 삼성그룹의 계열사에 대해서도 대주주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이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의 합병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6개월 안에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져야 하므로, 다음 단계는 삼성전자와 삼성 SDI의 합병이 다음 단계일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어떤 방법이 되었건 추가적인 논쟁의 거래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기 그룹 총수로써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이번 합병건도 수많은 국민들의 국내 최대 그룹의 깔끔하지 못한 승계, 미흡한 합병 과정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하였고, 심지어 수치심을 느끼는 국만들까지 생기게 되었다.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인 적이 없었기에, 이번의 미숙하였던 합병 절차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 억지 끝의 상처뿐인 성공은 국민들이 차기 삼성 승계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의문케 하였다. 지금처럼 뒤에 숨어만 있지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최전선에 나와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야 다음 승계과정이 순탄할 것이다.

부회장은 왜 고개를 숙였을까?

이재용사과지난 6월 23일, 메르스에 관한 국민들의 근심과 걱정이 한창일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래의 기사와 같이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참고 및 사진 출처: 고개숙인 이재용 대국민 사과 “환자분들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 [스포츠 경향 6월 23일]

다들 의아해 하였었을 것이고, 필자 또한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메르스 확진자의 거의 반 정도가 삼성의료원를 거쳤다고 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부족했었기에 감염자가 많이 나왔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송재훈 원장이 6월 17일에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이는 모습이 나왓었을 때만 해도 여론은 왜 일개 민간병원의 원장이 정부로 부터 질타를 받아야 하느냐라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6일 후,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과연 왜 그랬었을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3세로 어려서 부터 남에게 고개 숙일 일이 참 없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어딘가에서 고개까지 숙여 사과했었던 기억이 없으니, 나름 상당히 꽂꽂한 허리를 지니신 분일 것이다. 이러한 분이 여론의 강요나 누군가의 압박없이 전격적으로 스스로 고개를 숙여서 사과하였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긴 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필자는 무엇이 사실인지, 왜 그랬는지 그들만큼 많이 알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을 아래의 세 가지 가설로 정리해 보았다.

 

가설 1. 도덕적인 경영자로의 발전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고, 삼성그룹의 차기 주자로, 늘상 황태자라는 별명을 듣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시대를 열면서 도덕적인 경영자로 거듭나기로 결심하였다. 가장 바람직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는 박원순 시장의 긴급발표까지 병원명에 대한 공개를 전혀 하지 않았었고, 35번 의료진 환자에 대한 논란이 일게 되자 삼성서울병원이 공식 기자회견을 가지게 되면서 병원목록을 공개하였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D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공식적으로 확인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런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양심에 따라 스스로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얼마나 보기 좋은 자세인가? 하지만, 이랬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많이 낮아보이기는 하다.

 

가설 2. 논란이 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에 대한 선제적 감성팔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5월 26일 오전 출근 길 공시 형태로 발표되었었다. 이에 대해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6월 3일 기존 4.95%의 보유지분에 추가로 2.17%를 매입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기에 제시된 합병비율로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였고, 타 주주들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외국인 주주와 일부 기관투자자도 물론이거니와 소수주주들도 옳지 않다는 의견 한 번 내보지 못하던 입장에서 강한 호응을 하기 시작하였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에, 메르스로 인한 삼성서울병원의 안 좋은 감정이 본 합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어 선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선한 이미지를 구축할라고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설 3. 보건복지부에 대한 제스처?

가설2와 비슷한 이유이다.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여 주식 총 수의 2/3, 의결권 있는 주식 총 수의 1/3이 찬성을 해야 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세력 규합에 반하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11.21%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르면,

제2장 행사기준 제6조(행사기준의 기본원칙) 개별 안건에 대한 의결권행사기준은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에 따라 정한다.

1.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고 기금의 이익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찬성한다.

2.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하여는 반대한다.

3. 위의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중립 또는 기권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다. 합병을 함으로써 주주가치는 감소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합병비율의 공정성은 삼성물산 주주 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고,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의 주식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어 투자가치 기준으로는 비슷한 금액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 주식수가 월등히 많아서 기금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행사 방법은 아래와 같다.

제3장 행사방법

제 8조(의사결정의 주체 등)

1항 투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사한다.

2항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이하 “전문위원회”라 한다)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3항 의결권 행사 시 외부 의결권 전무기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투자위원회, 기금운용본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그 위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기금운용지침, 연도별 운용계획, 운용결과 평가 등 기금운용에 과한 중요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며, 이는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과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계전문가로 구성,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사전 심의기구인 실무평가위원회를 비롯,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자료출처: 국민연금 홈페이지]

문형표잠깐만…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맞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관련 보건만 담당이 아니고 국민연금 및 기타 복지도 책임지는 부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한 이유는 세 가지 가설 중 어느 것이 가장 가까울까?

이유 여하를 떠나서, 도덕적인 양심 때문이었건, 책임감이었건, 무난한 합병이라는 주요 목적을 위해서였건… 그 고귀하신 자존심을 굽히고 일반 국민들에게 까지 고개 숙여 사과한 부회장의 결단력은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