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폴 (KOSPOLL)의 베타테스트와 참여형 주가 전망에 대한 생각

필자와 얼마 전까지 근 3년 반을 같이 근무한 친구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핀테크 (FinTech) 스타트업 (Start-up)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참여형 주가 전망 취합 서비스라는, 아직은 생소하지만 나름 참신한 서비스를 코스폴 (KOSPOLL)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3월 27일 시작하여 5주간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금년 5~6월 정식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인의 사업에 대한 홍보성의 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코스폴의 나름 참신한 서비스가 금융시장에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필자의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본 포스트를 작성해 본다.

금융자산 가격에 대한 생각

필자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MBA에서도 금융에 초점을 맞춰 수학하였지만, 지난 십 수년간 금융시장, 특히 유통시장 (Secondary Market)에 근무하면서 금융자산의 가격이 어떠한 수학적인 모델로 예측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 주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모델에 독립변수로 들어가야할 변수가 극히 광범위하다.
  2. 각 변수의 가중치가 시장 상황이나 토픽에 따라 변한다. 
  3. 해당 독립변수 조차도 실시간으로 그 수치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4. 계속기업의 가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5. 기업의 활동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그 기업이 진출한 시장의 상황은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추가로 이유를 더 들라고 해도 한참이겠지만 우선 여기까지만 열거하겠다.

물론 수많은 학자들과 실무에서 연구하고 개발한 모델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금융자산의 가격을 예측하거나 산출한다기 보다는, 그 모델들 또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시장가격 형성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공식이나 이론들은 접어두고 좀더 원론적으로 금융자산의 가격 결정에 대해 생각해 보자.

미시경제학의 수요공급곡선

19-20세기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 (Alfred Marshal)이 도식화하였다고 알려진 수요공급곡선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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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참여자의 수요 및 잠재수요는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낮아지고, 낮아짐에 따라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공급 및 잠재공급은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증가하고, 낮아짐에 따라 감소한다.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그 지점에서 가격과 물량이 결정된다는 경제논리이다.

A라는 가상의 기업 주식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주식 하나만을 거래하는 작은 시장으로 봤을 때,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투자자 및 잠재투자자들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그릴 수 있다면, A기업 주식의 가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A주식을 보유하였건, 공매도를 하건, 매각을 할 수 있는 모든 투자자의 생각, 즉 A주의 가격이 얼마가 되면 얼마만큼을 팔겠다는 그들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그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공급곡선을 만들고, 마찬가지로 수요곡선을 만든다면, 그 두 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이기에, 주가가 얼마일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밖으로 표출되는 성향, 즉 어느 가격에 얼마를 매도하였었거나 매수하였거나 등의 정보만을 가지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을 알아내기에 충분치 못할 뿐 아니라, 그 투자자들의 생각이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주식 가격이 어느 지점에 도달하였는지, 얼마나 빨리 도달하였느냐도 시장참여자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막상 그 가격에 도달하는 것을 보고 투자자의 심리가 바뀌었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불가능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어떤 시스템이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등의 대단한 기술이 개발되어, 시장참여자의 모든 심리를 시시각각으로 파악하여 특정주식의 수요공급곡선을 실시간으로 그려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주식가격에 반영되기 전에 처리하여 보여줄 수 있다면, 주식가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극히 이상적이고 원론적인 생각이지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시장에 참여하는 다른 누군가보다 그 수요공급곡선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진다면, 이 머니게임에서 분명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코스폴 (KOSPOLL)

코스폴은 두 명의 투자은행 출신과 한 명의 디자이너가 공동창업자로 2015년 말 설립, 개인투자자의 주가전망을 SNS를 사용하여 취합, 공유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의 핵심은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식 관련 객관식 설문에 참여하게 하고, 사용자들의 전망을 확인할 수 있게하는, 개인투자자 커뮤니티의 구축이다. 또한, 설문응답의 적중확률로 랭킹을 확인하고, 상위 랭커의 설문 내역을 확인, 투자에 유용한 정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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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업자 중 1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개인투자자들의 상대적 투자실적 부진에 관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공개된 정보조차 활용하지 못함’, ‘추세와 반대되는 매매’ 등 기초적인 자질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등장한다. 코스폴은 공개된 뉴스 및 설문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업데이트할 기회를 부여하고, 채점이 되면서 본인의 취약 부분, 장점 등을 일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은행, 블룸버그 등 중간역할자들을 통해서 직간접 상호교류 매우 활발히 발생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주변인이나 일부 PB를 통한 제한적 상호교류만 수행해왔다. 코스폴을 통해서 방대하고 일상적 상호교류가 이뤄진다면 기관투자자들의 실력 및 정보 공유 수준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월 27일 부터 시작한 베타테스트에 참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위에 언급하였듯이, 필자는 주식의 가격에 정답 같은 것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개인적으로는 코스폴이 집단지성을 추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집단지성이라기 보다는, 아직은 아주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그리고 아직은 개인투자자에만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코스폴이 주식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을 조금이나마 파악하는데 추가적인 정보를 주지는 않을까?

참고로, 금융투자협회에서 발간한 2015년 금융투자 Fact Book에 의하면, 2013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보유금액으로 개인이 약 19.7%, 거래대금으로는 46.5%를 차지하고 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보유금액 기준으로 무려 62.9%, 거래대금으로 88.9%를 차지했다고 한다. 코스폴은 비록 개인투자자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상당한 설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에서 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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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용자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 공유한다면, 물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수요와 공급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지라도, 시장에 대한 상당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외국인, 기관 및 기타의 수요공급공선이 파악되기 힘들다는 점, 절대다수의 개인투자자가 함께 사용하여야 한다는 점, 수요와 공급 곡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설문이 더 필요할 거라는 점, 실시간 변동되는 부분을 파악 및 반영하기 힘들다는 점 등 수많은 과제가 눈 앞에 있겠지만, 시장참여자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생성된다는 점에서는 분명 작은 발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코스폴 접속 싸이트 (http://www.kospoll.com)


본 포스트는 코스폴로부터 그 어떤 보상이나 부탁도 받지 않고 작성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