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월요일 – 2화] 현대사회의 노예

This entry is part 2 of 15 in the series 끝없는 월요일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등…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 있지 않은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줄의 쇠사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노예는, 자유인이 힘에 의해 정복되어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되어 버렸다. 그들은 일부 특혜를 받거나 한 자를 제외하면 노예가 되더라도 결코 그 정신의 자유까지도 양도하지는 않았다. 그 혈통을 자랑하고, 선조들이 구축한 문명의 위대함을 잊지 않은 채, 빈 틈만 생기면 도망쳤다. 혹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노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육체로 살찐 주인을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 ”

– 극작가 리로이 존스 (LeRoi Jones), 1968년 뉴욕 할렘에서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인 것 같다.

얼마 전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다. 임원들과 같이 하는 회식자리에서 한 부장급 인사가 임원들과 대화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임원이네 부장이네 해도, 사실 따지고 보면 X씨 집안 (오너 집안) 노비들 아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임원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노비? 노비라고? 당신이 노비급에나 끼겠어? 사장단이나 임원급은 되어야 노비 근처라도 가지, 당신들은 소나 말 정도 아니겠어?”

맞는 말인 듯 하다. 조선시대 노비들이라고 하면, 적어도 주인어른 얼굴이라도 본 적이 있을 것이고, 주인 댁 가족들도 얼굴보면 아 이 노비는 우리집 노비인 것 같은데? 정도는 생각했을 것이다. 반면에, 일반 대기업 부장급 인사가 오너 집안 가족을 봤을 경우가 흔치 않으니, 오너 일가가 못 알아보는 그들은, 굳이 비교하자면 그들은 노비보다 못한 존재, 소나 말? 아니다. 주인 어르신은 말 얼굴도 자주 보시고 자신이 타던 말이 아니면 아니라는 사실도 인지하실 것이다. 소? 소도 큰 자산의 하나이므로 얼굴을 알아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마도 닭?

부장이 저 정도라면 일반 사원들은 어떤가? 주인 댁 가족들이 부리는 그 노비가 부리는 그 밑의 존재… 낫이나 호미 정도의 아예 사물일 수도 있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인격적으로 모욕하려 한 것이 아니라, 오너 집안의 눈에는 우리가 그 정도 하찮은 존재일 지 모른다는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죽어라 노력해서 대기업에 입사하고 난 후, 어디 그룹 직원이라 소속감을 뿌듯해하는, 그리고 내심 뽐내는 우리가… 따지고 보면 사실은 하나의 톱니바퀴 보다도 못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 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자산을 불려주기 위해 일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받는 월급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소비로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는 우리들이, 쇠사슬을 자랑하고, 스스로 노예임을 자랑하고 있는 리로이 존스의 글에 나온 노예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인가?


대기업 주주들은 호갱님?

금융학도로써 자주듣는 이론은1952년 Harry Markowitz교수가 발표한 portfolio theory이다.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는 이론적인 논리를 벋어나 모든 자산운용사들이 응용하는 투자 철학의 기초다.

선진 주식시장 데이터에 기초한 많은 연구는 분산투자로 리스크 감소와 동시에 수익 증가를 누릴수있다고 증명되었다. 또한 최고의 수익률은 여러 계열사를 가지고있는 대기업보다 한 가지의 사업에 몰두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일등인 회사가 실적도 월등하다. 한 번 더 나가서 분야별 최고의 회사의 주식만 담은 포트폴리오가 어느 대기업 계열사만 담은 포트폴리오보다 더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가진 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실제로 선진 주식시장에서는, 계열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는 주식가격이 실질가치 이하로 거래되고있다.

이런 증명된 이론을 알면서도 왜 대다수의 국내 투자자들은 여러가지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몰입하는지 필자는 궁금하다. 대기업 주식가격은 실제 적정가치 대비 가격이 기형적으로 쏠려있어서, 투자자들은 적은 수익을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싶다. 나아가서 대기업 소액주주들은 정말 주주의 권리을 알고 합리적인 대후를 받는지도 의심이 간다.

사회적인 관건중 하나인 대기업의 횡포는 왜 갑을 관계에만 집중하는것도 안타깝다. 실질적으로 최고의 횡포를 당하는 분들은 주주들이 아닌가 싶다. 대기업 주주로써, 대기업 오너가에게 싼 자금만 대주는 역할을하고. 기업의 시가를 올려주면서 대기업오너는 부채비율 축소및 기타이득을 거의 공짜로 가져간다.

우리사회는 외국 사모펀드가 회사인수 후 대규모의 배당금을 받아가는것에 대하여 애국심과 회의를 느끼지만, 대기업 오너가 보란듯 가져가는 부적절한 배당금과 회사 자산을 개인적으로 용도로 쓰는것에 대하여 주주로써 왜 반발하지 않는가? 주주가 선정하는 이사회에서는 이런 회사의 자산을, 아니 주주의 자산을 보호하지 않는가?

예를들어, 투자의 귀재 버핏은 포스코의 대주주였었다, 그러나 버핏의 역대 평균투자기간에 대비하면 잠시였을 뿐이였다. 포스코는 무리한 사업확장에 몰입하고 버핏은 초점을 잃은 포스코 주식을 매각한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득을위하여 존재한다는것을 명심해야한다. 주주의 자본으로 사업을 키우고 나오는 실적은 배당금으로 돌려주거나 자사주매입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대기업 오너의 욕심으로 주주의 자본을 무리한 사업확장에 쓰는 것을 보면 투자가로써 배임과 배신감을 느낀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최우선이고 자본만을 위하여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