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먹튀 vs 먹튀

삼성물산제일모직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로 인해 떠들석하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를 두고 볼 수 없다. 국익의 유출이다 등등의 전문가 의견들과 과장된 기사들, 유태인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비하 등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이씨 일가를 돕기 위해 몇 마디라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다 동원되는 느낌이다. 헤지펀드의 근본 목적, 물론 대부분의 다른 주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투자수익 극대화이다. 이번 건으로 한 몫 챙기려 하는 건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도 한 번 생각해보자.

삼성그룹에 신입으로 입사했던 사람들이나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매년 여름 삼성의 축제라고 불리는 하계수련대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엄청난 응원전과 공연이 수 일에 걸쳐서 진행된다. 그 곳에 가본 사람들은 느꼈을 것이다. 삼성이란 그룹에서 삼성전자와 그 관련 그룹 자회사 몇몇을 제외한 다른 떨거지 자회사들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있는 지, 그리고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마음 깊이 느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현재 정식 직함은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그리고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1991년 삼성전자로 입사해서 대부분의 경력이 삼성전자 내에서 형성되었다. 과거의 에버랜드와 현재의 제일모직의 모든 공시자료를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제일모직의 등기 임원은 커녕 미등기 임원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매입과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상장할 때 잠시 거론된 내용말고는, 그가 과거의 에버랜드나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하여 통합된 제일모직의 어떤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놀이 공원에 업무관련해서 나타났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는 듯 싶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이 된다고 해도, 그가 이 합병된 법인의 경영일선에 설 가능성도 별로 없어보인다. 그가 관심있는건, 오직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으로 보인다. 합병이 된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로 인해 의결권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여전히 그룹의 핵심사업과는 관련 없는, 굴뚝 산업을 운영하는 그룹 내 그 수많은 천대받는 자회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합병이 성사되었을 경우 현 삼성물산의 대표이사인 최치훈 사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주주들이 불합리한 합병비율로 합병을 하게 함으로써 그룹 내 상당한 위치에 오를 지도 모르겠지만, 지방까지 내려가 수박을 돌리던 직원들은 여전히 개차반일 것이다.

과연, 엘리엇 매니지먼트만 먹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