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해서

하버드 법대의 베드척 (Bedchuk), 듀크 경영대학의 브라브 (Brav), 그리고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지앙 (Jiang) 교수는 오랜동안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해서 실증적 연구를 해 왔다. 그들이 연구하고자 하였던 가설들은,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법규와 기업이 준비해야할 유익한 변화를 가져올 촉매 역할을 하겠는가?” 혹은 “이러한 행동주의자들이 장기적인 가치창출을 해하는 단기적인 기회주의자들이기에 법규와 기업들은 이를 막아야 할 것인가?”였다.

이들은 1994년 부터 2007년 까지, 약 2,000개의 미국 내 사례를 조사하였고, 헤지펀드는 그 특성상 그들의 전략이나 포지션을 공개하지 않기에, SE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Schedule 13D을 통해 사례들을 발굴, 연구하였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전략은 다양해서,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으며 이 전략들은 병행되기도 한다.

  • 주주가치 증대라는 목적을 위해서 이사회 및 경영진과 규칙적으로 의사소통
  • 기존 이사회 및 경영진과 위임장 경쟁이나 대립 없이 이사회 의석 요구
  • 정식 주주제안 혹은 회사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 및 변화 요구
  • 이사회 의석을 획득하기 위한 위임장 경쟁 협박, 혹은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소송으로 협박
  • 이사회 교체를 위한 위임장 경쟁
  • 기업에 대한 소송
  • 기업 경영권 장악

이들의 결론은 의외로,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관여가, 널리 비판되어 왔었던, 투자제한, 역관여 등을 포함, 장기 성과를 저해하며 단기적인 이익을 얻는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상회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배당 및 영업성과가 증대되었으며, 주주로 하여금 대리인 비용을 줄이게 도와줬다. 전통적인 기관투자자와는 다르게 헤지펀드 매니져들은 투자회사 가치 상승에 대해 개인적으로 훨씬 더 강한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변화가 가능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대주주의 내부 모니터링과 기업사냥꾼들의 외부 모니터링의 중간자역할을 함으로써 결국 다른 모든 주주들의 장기적인 가치상승에 기여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비록 투기세력이고, 시세차익으로 인한 수익성이 목표인 헤지펀드들이지만, 행동주의를 통해 오히려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을 일부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또한, 언뜻 이런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기존 성과가 상당히 좋았었기에, 대상기업의 숫자보다 더 많은 참여자가 등장하게되어 알파 (alpha) 창출이 쉽지 않아진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알파를 찾아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결국 우리나라에 까지 진출하게 되었나보다.

좋든 싫든,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국내에 진입하였고, 아직까지는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나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쉬울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의 국내 시장 진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집단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각종 금융 규제는 더 선진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본 내용은 HARVARD JOHN M. OLIN CENTER FOR LAW, ECONOMICS, AND BUSINESS에서 발간한, “The Long-Term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Lucian Bebchuk, Harvard Law School, Alon Brav, Duke University, and Wei Jiang, Columbia Business School)“와 Journal of Finance 발간, “Hedge Fund Activism, Corporate Governance, and Firm Performance (Alon Brav, Wei Jiang, Frank Partnoy, and Randall Thomas)“에서 발췌, 편집한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엘리엇은 무엇을 공격하고 있는가?

PaulSinger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의 합병비율을 문제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 시키기 위한 엘리엇 매니지먼트 (Elliott Management)에 대한 기사들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 벌처펀드의 공격, 국제 투기세력의 공격이라는 등 각 언론사들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 의견 제시에 대해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공격하는 것일까?

[사진 출처: 블룸버그]

주식회사의 합병이나 해산은, 그 자체로 회사의 주인들이라 할 수 있는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영사안들과 다르게 주주총회 출석 주수의 2/3 이상이 찬성, 그리고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의 1/3 이상이 찬성해야 진행할 수 있다. 주식회사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들 중에서 가장 많은 주주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는 의결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약 7.12% 보유하고 있고, 배경이야 어찌되었든 주주, 즉 삼성물산의 7.12%의 소유주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고, 또한 반대세력을 응집하고 있다. 사실 엘리엇의 지분은 본 합병의 최대 수혜자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0% 혹은 거의 없음)이나 이건희 회장(1.41%) 보다 훨씬 더 많다. 자사주 매도라는 꼼수를 사용하여 우호지분 확보 백기사로 관여하게된 KCC가 5.96%, 이 씨 일가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가 약 13.92%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엘리엇은 국민연금 (11.21%)과 삼성 SDI (7.39%) 다음의 3대 주주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 기업의 제 3대 주주가 경영권 확보는 커녕, 가장 많은 주주의 찬성이 필요한 사안인 합병을 반대하기도 버겨워 보이는 상태인 것이다. 엘리엇은 그저, “난 이 합병 반델세, 난 이러저러한 이유로 반대하니 반대할 사람은 힘을 합칩시다.” 정도의, 3대 주주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힘없는 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 항간의 언론사라 하는 회사들은 삼성그룹에 대한 공격, 삼성전자의 경영권에 최종 목표(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약 4.1%이므로, 삼성전자 주식을 배당한다 하더라도 엘리엇은 겨우 약 0.29%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한다.), 국익에 대한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등의 과장된 표현을 서슴없이 하며 국민 여론이 삼성그룹의 편으로 기울게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이고, 국내 최대 광고주 집단의 눈치를 본다고 하지만, 너무 지조없는 기사들을 생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엘리엇은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두 기업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있고, 그 합병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서 엘리엇이 승리했다고 하기도, 삼성그룹이 위험에 처한다고 할 일도 없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고, 삼성물산에 더 유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되어 합병이 재성사된다고 하면, 엘리엇은 수 천억의 수익을 챙기겠지만, 그래봤자 전체 수익의 7.12%만 가져갈 뿐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기관의 지분 22.26%, 기타 소액주주의 24.33% 지분도 수혜를 입게 되며, 엘리엇이 챙기는 수익은 그 중 일부일 뿐이다.

굳이 엘리엇이 공격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삼성그룹도, 국익도 아닌, 순환출자로 재벌 일가 소수가 적은 지분으로 모든 경영권과 혜택을 누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인, 시대착오적인 국내 대기업 집단들의 기업지배구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