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Inc.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국제적 리더이다. 지난 약 30년 간, 금융사회로 하여금 주주의 권익을 위해 지배구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처, ISS 웹싸이트)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게 된 기관이기에,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기관이다. ISS에 대해서 국내 언론들이 표현한 내용을 정리해보자.
6월 중순부터 ISS에 대한 기사들이 주로 나오게 되면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ISS에 대해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 전문회사, 세계 주요 기업 주총 안건을 분석해 대형 기관투자가에 찬·반 의견을 제공해 주는 기관 등으로 표현하면서 나름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아래 기사에서는 삼성물산이 ISS를 설득하기 위해서 물밑 접촉에 나서나는 내용도 포함되었었다.
- 중앙일보 합병 표대결 앞둔 삼성물산, ISS 설득 나섰다,6월 12일
삼성물산이 외국인투자자(이하 외국인)의 의결권 자문에 응하는 ‘ISS’와의 물밑 접촉에 나섰다. [중략]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인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 1700여 곳의 기관투자가에게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조언해 준다. [중략]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이미 레터를 주고받으며 주주 가치 제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조만간 고위급 인사가 ISS 본사를 방문해 실무진을 직접 설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즉, 삼성물산도 ISS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쳐보려고 노력을 했었다는 내용이다. ISS의 의견서가 나오기 직전인 7월 2일의 기사들만 살펴봐도 내용은 비슷하다. 참고로 7월 2일에는 또 다른 의결권 자문기관이자 동종업계 2위인 글래스루이스가 “합병 절차가 짧고 불투명하고 합병의 ‘전략적 장점이 의문스럽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투자자들에게는 별다른 이점이 없는 반면, 제일모직에게는 엄청나게 유리하다” 등의 이유로 합병거래를 반대해야 한다고 밝힐 때였었지만, 모든 언론들은 ISS의 의견서를 기다리면서 여전히 아직까지는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 조선일보, 첫 고비 넘긴 삼성… 엘리엇, 또 다른 공격 준비, 7월 2일
[중략] 삼성물산 최고 경영진은 ISS 측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갖고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결과를 자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 이후 주가가 오른 점,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와 비전 등을 적극적으로 알린 만큼 (예상과 달리)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TV조선의 보도내용에는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의 윤승영 연구원의 인터뷰까지 인용하여 ISS의 공신력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또한 삼성관계자도 ISS의 결정을 중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 TV조선, 삼성합병 ‘운명의 키’는 누구 손에?, 7월 2일
[중략] 윤승영 /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연구원
“기관투자자들은 주총 안건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할 때 객관적인 보고서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ISS는 이 주총 안건에 대한 분석을 함에 있어 가장 영향력이 있습니다.”
삼성 관계자
“저희도 (ISS의 결정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완전히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저희가 얘기하기는 곤란 할 거 같고요.”
하지만, 7월 3일, ISS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하라는 의견서가 나온 이후로 급격히 ISS란 기관을 매도하기 시작한다.
아래 기사를 보자. 분명 위에서는 ISS의 결정 전까지 그들의 공신력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고 있던 중앙일보의 기사다. 민망하긴 했는지, 신장섭 싱가폴국립대 교수의 시론형태로 매도한다.
- 중앙일보, [시론] ISS는 투자자들의 유엔이 아니다, 7월 6일
[중략] ISS의 실상을 보면 그렇게 권위를 부여할 기관이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의 유엔이 결정을 내린 듯이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ISS는 원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고객들에게 정보도 제공하고 관련업계에 영향력도 행사할 목적으로 만든 회사였다. 2014년 사모펀드인 베스타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베스타는 투자은행인 퍼스트 보스턴의 차입매수팀 멤버들이 회사를 나와 1988년 만든 펀드다. 따라서 그 연원은 ‘기업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의 기사는 한 술 더 뜬다. 뭐 내용은 굳이 인용 안 해도 뻔히 이해할테니, 혹시라도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 매일경제, SK-소버린·KT&G-칼 아이칸…ISS, 번번이 헤지펀드 손 들어줘, 7월 6일
만약에,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리는 없겠지만 ISS가 합병을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냈었어도 이렇게 매도하였을까? 물론 아니지 싶다. 오히려 ISS가 얼마나 대단한 기관이고, 그들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의견서를 만들었는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얼마나 지대한 역할을 해왔는지 찬양 일색이었지 않았을까?
한 마디로, 축구 경기에서 우리 편의 반칙을 잡아내서 상대편에게 패널티킥을 주었다고, 심판의 과거사를 끄집어내면서 이런 인간이니 이 패널티킥으로 들어간 한 골은 골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식이다. 심판의 과거사가 심판으로서 부적격하였다면, 경기 시작 전부터 이의를 제기했어야 한다. 진작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커녕, 물밑작업까지 하고 있다가 결국 자기네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오니 어차피 헤지펀드 편만들던 공신력이라고는 있지도 않은 ISS다 라고 떠들고 있는거 아닌가? 하나 덧붙여서, 삼성물산의 홍보팀은 그렇다 치자. 그들의 수족같이 알아서 기사를 써주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삼성그룹의 홍보팀인가? 아니면, 광고주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라는 철저한 고객중심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