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홈페이지가 상당히 엉성한 것도, 오래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일가 지분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사실도, 이상하게는 생각했지만, 필자가 영민하지 못하여 이제서야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대부분 미리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겠지만, 이 글에서 정리해 본다.
[사진출처: 38년 제일모직 의왕 본사 마지막 날 풍경, 지디넷 코리아]
제일모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 1954년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모직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기업
- 대한민국의 패션의 역사를 주도한 기업
- 1980년 대 이후에는 화학 부문에 진출하여 합성수지 및 다양한 산업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 1990년 대 이후, 전자재료 사업에 진출하여 다양한 전자재료를 생산하는 기업
뭐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지 않았더라도, 삼성의 대부분의 역사를 같이한 섬유, 화학, 의류 쪽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와 합병되어 현재 삼성물산과 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쉽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제일모직은, 2013년 12월,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수하였고, 2014년 7월 1일 삼성 SDI에 피흡수합병되면서 7월 2일 폐업하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제일모직은 어떤 기업인가? 그냥 에버랜드다. 1963년 동화부동산으로 시작하여, 중앙개발로 상호를 변경하였다가 1997년에 삼성에버랜드로 상호를 변경한, 용인의 놀이동산의 주인이다. 이 기업은 위에서 언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2013년 12월에 (구)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인수한 후, 이듬해 7월, (구)제일모직이 폐업한 이후, 제일모직으로 상호명을 변경한 것이다.
위의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에버랜드에 대해서는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 용인의 놀이동산
- 서울 근교 및 부산 여러 곳의 골프장들
-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인한 변칙 상속 논란
역시, 삼성에버랜드보다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인수하는데 적합한 이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제일모직은 우리가 알던 그 제일모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