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가정들은 우리 모두가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늘상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래와 같은 명제들은 일반적으로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치사하게 보이겠지만, 필자는 보통 지갑에 있는 현금의 금액을 항상 크지 않은 오차 수준에서 파악하고 있다. 그 오차 수준은 보통 수 천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한 모든 현금을 같은 방향으로 작은 지폐부터 큰 지폐 순으로 항상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어떻게 보면 편집증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돈, 우리에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게 해주고, 또한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버는, 그 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필자조차도, 지갑에 현금이 많은 날은 분명히 현금이 없는 날보다는 현금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른 것을 느낀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아닌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를 지갑에 꼭 필요한 돈, 교통비 및 최소한의 식대 정도만 들고 다녀보시라. 분명 쓸데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명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당신의 통장에 잔고가 10만원이 있는 상황과, 잔고가 1천만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느 경우가 씀씀이가 크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잔고가 1천만원인 경우가 씀씀이가 커질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차이가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잔고가 10만원이 있는 경우에 씀씀이가 더 커진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월급이 통장에 들어온 다음 수 일간의 씀씀이를 생각해보자. 분명 월급 이 통장에 찍히기 하루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씀씀이가 크지 않을까?
첫번째 명제와 두번째 명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면, 이 두 명제를 이용해서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1) 현금을 인출할 때는 항상 같은 금액을 인출한다. 또한, 2) 현금을 얼마나 자주 인출하는 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한다. 정확히 며칠에 한 번 꼴로 현금을 인출하는 지까지 체크한다기 보다는, 근래 좀 자주 인출기에 가고 있었다면, 뭔가 변화를 느낄 정도? 그 반대의 경우도 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금 사용의 단점은, 현금은 정확히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사후적으로 확인하기가 힘들고, 또 은행계좌와 별개로 지갑에 들어있는 현금이 두둑하면 알게 모르게 무분별한 현금소비가 가능할 수 있어서, 합리적인 소비를 저해한다고 본다. 가능한 교통카드 등을 이용하고, 쓸데 없는 현금 지출을 줄임으로써 현금 인출 횟수를 줄이게 되면, 당신이 사용하는 금액의 대부분은 기록에 남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지출에 대한 좀더 효율적인 분석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필자는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출은 따로 가계부를 적지 않아도 금융기관에서 나의 소비내역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할부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앞으로의 소비가능금액을 예측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므로, 할부를 해서 일시불을 하는 경우보다 할인되는 등의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일시불만 선택한다. 이 또한 중요하다. 일시불로 지급 못할 경우는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다. 현재 내가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드거래내역서는 꼭 다시 확인해보고, 혹시 사용하지 않은 금액이 빠져나간 것은 아닌지, 너무 과도한 지출을 한 경우는 없었는지 등의 거래내역을 살피면서, 지난 한 달간의 소비행태에 대한 반성 및 개선방향을 고민해본다. 물론 매월 결제금액과 계좌잔고도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두 번째 명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통장잔고가 많지 않다면, 일시불을 주로 이용한다면, 무의식 중에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할 것이며, 지출을 하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등 무분별한 소비를 방지해 줄 수 있다. 두 번째 명제를 활용하기 위하여, 필자는 월급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 금액을 만들어놓는다. 예를 들면, 정기적금, 적립식 펀드, 연금보험 혹은 분리된 다른 은행계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동이체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돈이 들어오자마자 빠져나가버려서 통장에 일정수준의 많지 않은 현금이 있도록 유지하고, 자신이 그 달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그만큼이라고 생각한다면, 소비성향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지갑에 꼭 필요한 현금만 보유하고, 통장잔고를 적게 유지하면서 소비성향을 자제하는 방법이 전반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은 대출의 활용이었다. 물론 충분한 현금성 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부채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부채를 일으켰다고 가정하자. 앞의 수익성 오피스텔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5,500만원을 4%의 금리에 대출받아서, 가지고 있는 투자자금 4,000만원과 세입자 보증금 1,000만원을 합해 1억원짜리 오피스텔을 세액포함하여 구매하였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연 480만원의 월세 수입이 생기고, 이중 이자 비용인 220만원을 제하고도 연 260만원의 수익이 생기게 된다. 이 앞으로 생기는 돈은 당신의 인생을 바꿀만한 금액은 물론 아니겠지만, 그리고 당신의 부채 원금을 상환하는데만 사용되고 실제로 당신이 쓰지도 못할 돈일 수도 있지만, 하여간에 당신은 부채 금액이 줄고 있고, 순자산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본 사례는 세금이 없다고 가정했지만, 세금이 있을 시에도 이자비용으로 인한 세액 감소효과를 고려하면 260만원보다는 적겠지만, 분명 순자산 증가효과는 생긴다.) 그 다음해 원금이 감소해 감에 따라 이자비용은 더 감소될 것이고, 결국 언젠가는 부채원금을 상환하여 480만원의 수입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이 투자에서 위험요소는 무엇일까? 갑자기 세입자가 돌연 계약기간 중에 이사를 가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동안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사실 이 위험이 대부분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가장 큰 위험이다.), 오피스텔의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도 분명 존재한다. 또한 잦은 수리비용이 발생하면서 그 수익율이 저하될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본 투자가 늘 이득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5천 5백만원이라는 거액의 부채가 생겼다는 점이다. 5천 5백만원이란 금액을 더 빨리 상환하기 위해서 필자는 소비를 꽉 조여매고, 조금이라도 더 돈을 마련해서 부채의 원금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특히 초기에 빨리 부채 금액을 줄일수록 향후 지급해야할 이자비용이 줄어들기에, 빨리 갚을 수 있으면 빨리 갚을 수록 좋다. 원금을 빨리 상환하기 위해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기에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
부채가 생긴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소비활동보다 부채의 상환이 우선순위를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에 소비성향이 줄어들게 된다. 필자는, 본 투자는 단순히 260만원의 수익보다도, 심지어 그 260만원보다도 큰 규모의 소비감소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대출을 이용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성 자산의 투자는, 설사 그 투자에서 손실을 조금 보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손실보다 알게 모르게 감소된 소비금액이 더 큰 경우가 많아서, 일반적으로 개인 순자산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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