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이론이 있다. 1928년 William Isaac Thomas라는 미국의 사회학자가 토마스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하였고, 이는 또 다른 미국의 사회학자, Robert K. Merton에 의해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발전하였다. 그 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예상하거나 예측한다면, 단순히 그렇게 믿고 있고, 그 믿음으로 인한 행동으로 인해 결국 그 예상이나 예측이 현실이 된다는 사회심리학적 현상을 의미한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미국의 경제는 전혀 나빠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경기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성장률의 저하로 골치아파하던 유럽, 일본 등의 대부분의 경제에 반하여 지속적인 경제성장, 실업율의 감소, 그리고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주식시장 등 모든 요소요소가 활황을 띄고 있었고, 이에 걸맞게 FOMC는 금리 인상 싸이클에 진입한 상태였다.
모든 분위기가 바뀐 원인은 아마도 미-중간의 무역분쟁이었을 것이다. 유럽에서의 다양한 지정학적 요인들도 한 몫 했었겠지만, 여전히 가장 큰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이었던 듯 싶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갑작스러웠지만 계속적으로 중국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였고, 중국에서도 이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두 국가간의 무역분쟁은 분쟁을 넘어 전쟁의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관계악화로 이미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인 두 국가는 한 국가의 국가적 자존심이 크게 상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어딘선가 합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아마도, 당분간 무역분쟁은 상존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고, 빠른 시간내에 해결될 수 없어 보인다.
미-중간의 무역분쟁은 미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그 여파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낳게 되었고, 아직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Fed Fund Futures 시장을 기반으로 연준에 대해 일종의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7월 말, 25bp의 금리인하로 시장 및 행정부의 압력에 일종의 반응하였을 때만해도, 그간 힘겹게 올려왔던 정책금리를 너무 쉽게 내주는게 아닌가 생각했었고,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고, 주요 선진국 경제에 비해 가장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생각이 바뀌고 있다. 영어로는 Recession이라고 표현하는 경기침체의 우려가 꿈틀거리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만 봐서는 경기침체의 신호가 보이는 부분은 아직은 없어보인다. 그런데 도대체 왜 R의 공포라고도 표현되는 경기침체의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언급이 되고 있고 시장참여자들은 이를 미리부터 우려하고 있는 것일까?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이전에 경기가 침체되는 모습을 극히 피하려는 모습이다. 과거 경기침체를 경험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고 하니 그럴만 하다. 사상 최고치의 주식시장을 유지 혹은 그 이상의 상승을 원했었을 것이고, 경제성장 추세가 더 유지되기를 바랬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을 연준에 가했다. 결국 7월 말, 파월 의장은 25bp의 금리인하를 하였지만, 추세가 아닌 중기 조정(Mid-Cycle Adjustment)이라는 약간 모호한 태도를 취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실망스러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압박을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로 인해 예상되는 파급효과,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시장의 압박, 결국 25bp의 금리인하, 9월에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그리고 언제나 경기침체의 신호라고 믿어왔던 미국 국채 2년 10년 커브의 일시적 역전. 언론 및 SNS 등을 통해 이와 같은 우려는 각 경제주체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사실 이번의 2년 10년 금리커브 역전은 과거의 그것과는 배경이 다르다. 과거의 금리역전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싸이클 중, 혹은 그 직후에 역전되었었으며, 지금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2년 10년이 일시적으로 역전되었었다. 이는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지나치게 풍부한 것에 일부 원인이 있어 보인다. 경기침체의 이전에 2년 10년 금리커브 역전이 있었다고, 2년 10년 금리커브 역전이 경기침체의 신호라고 보는 것은 그 인과관계를 간과한 것이 아닐까?)
다양한 매체를 통해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접한 미국의 경제주체들은 결국 그 우려를 내재화하게 될 것이다. 앞서 말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이론처럼,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소비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소비를 줄이려 할 것이고,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비축하려할 것이다. 얼마전 시카고에 사는 친구에게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바로는, 새로운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은 감소하는 추세인 것같고, 좀더 저렴한 마트가 붐비고 있으며, 단기 고용시장은 여전히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당 단가가 올라가고 있지만, 고급인력 채용시장은 구인시장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한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결국 성장은 감소하게 될 것이고, 우려가 현실이 된다.
이제 미국의 정말로 경기후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자 우려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