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의 합병비율을 문제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 시키기 위한 엘리엇 매니지먼트 (Elliott Management)에 대한 기사들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 벌처펀드의 공격, 국제 투기세력의 공격이라는 등 각 언론사들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 의견 제시에 대해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공격하는 것일까?
[사진 출처: 블룸버그]
주식회사의 합병이나 해산은, 그 자체로 회사의 주인들이라 할 수 있는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영사안들과 다르게 주주총회 출석 주수의 2/3 이상이 찬성, 그리고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의 1/3 이상이 찬성해야 진행할 수 있다. 주식회사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들 중에서 가장 많은 주주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는 의결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약 7.12% 보유하고 있고, 배경이야 어찌되었든 주주, 즉 삼성물산의 7.12%의 소유주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고, 또한 반대세력을 응집하고 있다. 사실 엘리엇의 지분은 본 합병의 최대 수혜자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0% 혹은 거의 없음)이나 이건희 회장(1.41%) 보다 훨씬 더 많다. 자사주 매도라는 꼼수를 사용하여 우호지분 확보 백기사로 관여하게된 KCC가 5.96%, 이 씨 일가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가 약 13.92%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엘리엇은 국민연금 (11.21%)과 삼성 SDI (7.39%) 다음의 3대 주주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 기업의 제 3대 주주가 경영권 확보는 커녕, 가장 많은 주주의 찬성이 필요한 사안인 합병을 반대하기도 버겨워 보이는 상태인 것이다. 엘리엇은 그저, “난 이 합병 반델세, 난 이러저러한 이유로 반대하니 반대할 사람은 힘을 합칩시다.” 정도의, 3대 주주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힘없는 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 항간의 언론사라 하는 회사들은 삼성그룹에 대한 공격, 삼성전자의 경영권에 최종 목표(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약 4.1%이므로, 삼성전자 주식을 배당한다 하더라도 엘리엇은 겨우 약 0.29%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한다.), 국익에 대한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등의 과장된 표현을 서슴없이 하며 국민 여론이 삼성그룹의 편으로 기울게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이고, 국내 최대 광고주 집단의 눈치를 본다고 하지만, 너무 지조없는 기사들을 생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엘리엇은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두 기업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있고, 그 합병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서 엘리엇이 승리했다고 하기도, 삼성그룹이 위험에 처한다고 할 일도 없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고, 삼성물산에 더 유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되어 합병이 재성사된다고 하면, 엘리엇은 수 천억의 수익을 챙기겠지만, 그래봤자 전체 수익의 7.12%만 가져갈 뿐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기관의 지분 22.26%, 기타 소액주주의 24.33% 지분도 수혜를 입게 되며, 엘리엇이 챙기는 수익은 그 중 일부일 뿐이다.
굳이 엘리엇이 공격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삼성그룹도, 국익도 아닌, 순환출자로 재벌 일가 소수가 적은 지분으로 모든 경영권과 혜택을 누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인, 시대착오적인 국내 대기업 집단들의 기업지배구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