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건희 회장 下, 글로벌 기업인 GE를 벤치마킹하여 글로벌 기업이라 표방, 그룹 전체를 성장시켜 왔다. GE에 대한 벤치마킹의 영향으로 가장 좋은 예는, 현 삼성 계열사 스타 사장 중 하나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사장은 엄격히 말해서 삼성출신이 아니며, 기수가 없는 삼성 內의 外人이다. 대졸공채로 기수를 받고 그룹교육 및 하계수련대회 등를 통해 골수 삼성맨의 길을 걷지 않고 GE에서 스카웃 되어 온 외부 전문경영인이다.
그가 외부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內에서 스타 사장 중 하나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삼성은 예전부터 외부 전문가를 스카웃왔지만, 대부분 삼성의 문화와 공채출신의 텃세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내부적으로도 기수가 없는 임직원은 언제 짐을 싸야할지 모르는 계약직이나 다름없다.
GE 벤치마킹을 통해 삼성은 21세기 경영 구조의 바탕을 구축했으나 아직도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철학을 무시하며 존재한다. 주식회사의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고,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한다. GE도 삼성처럼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큰 차이는 조직도, 즉 기업지배구조에 담겨져 있다.
반면에 GE의 구조는 한국대기업들에 비해 단조롭다. 하나의 회사로써 GE의 주주들은 모든 사업에 경영 지배권이 있다. 허나 삼성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은 자회사 모델이 아니라 계열사 모델이다. 계열사 구조를 통해 자본을 시장에서 끌어오고, 순환출자 구조로 오너家는 적은 지분의 주식으로 경영권을 지켜왔다. 이런 구조는 경영권 보호라기보다는 차라리 꿩먹고 알도 먹겠다는 도둑 심보나 다름없다.
투명성을 요구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옛구조는 조선시대에나 알맞는 구조다. 남의 돈을 모아 이익을 창출하고 공정한 분배보다는 남의 자본으로 자기들의 왕국을 유지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러면 철학적으로 북녘의 김씨 왕조와 크게 다를것이 없지 않은가?
삼성家가 경영권을 지키고 싶다면, 공정하게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야한다. 부적절한 방법과 수단으로 지키는 이 시대의 치졸家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