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웹툰, 미생의 81화에는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사업이 여의치 않은 퇴직한 오 과장의 선배가 찾아와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많은 직장인들 및 직장을 떠나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바가 많았던 대사이다. 회사가 아무리 힘들고 괴롭다 하더라도, 그 울타리가 있고, 매월 꼬박꼬박 월급을 챙길 수 있기에 당장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든든한 방패막이자 후원자인 것은 동의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기업에서의 자신의 업무가 즐겁고 보람차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월급쟁이 생활만 가지고 부자가 되거나 노동선택권자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믈고, 자기 자신이 그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하다.
요즘 자주 생각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블레이드 III로 알려진,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Blade Trinity 중에서 뱀파이어들이 인간의 혈액을 대량으로 공급받기 위한 혈액농장 (Blood Farm)이 나오는 장면이다. 뱀파이어들은 매번 인간의 피를 빨아야 하는 자신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고가 없는 노숙자들을 납치, 감금하여 뇌사 혹은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고, 영양분을 주입하여 혈액만 계속 체취하는 혈액농장을 운영하는데 이를 통해 그들의 약점인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사실 뱀파이어들은 그들이 가사상태라고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하다. 혈액농장의 혈액공급원인 인간들은 그들의 이용가치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것이고, 적어도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필요에 의해 그 안에서 위치가 변동될 수는 있겠지만, 그 농장 밖으로는 쉽게 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 안에서의 그들의 삶은 비참하고 우울하고 인간답지 못한 삶일것이고, 자신이 뜻하는 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없지만, 적어도 생명은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며, 현재의 삶도 비참하고 괴롭긴 하지만, 지금의 상태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최소한 지금보다 더 비참해지거나 괴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혈액농장의 밖은, 대충은 알지만 정확히 어떤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른다. 물론 기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를 취해 보기에는 위험이 너무 클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자신이 감수하게 될 위험이 정확히 무엇인지, 기회가 정말 존재하기는 한 것인지,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불안하고 두렵고 걱정되기만 한다. 한 번 나가게 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에, 자신의 의지로는 쉽게 바깥세상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의지가 있더라도 메인 몸이라 스스로 나갈 수는 없다. 그저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덜 괴롭기를, 그 사람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분명 너무나 극단적인 비유이긴 한 것 같지만, 기업의 일원으로 속해 있는 우리들, 정말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 우리들, 하루하루가 괴롭지만 밖으로 나가기에는 너무나도 두려움이 큰 우리들… 요즘들어 자꾸만 혈액농장안의 혈액공급원인 저 불쌍한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