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경영권분쟁과 금융소비자원의 불매운동

Lotte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필자는 롯데그룹 및 그 소유주들인 신씨 일가를 옹호하려는 입장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여느 재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그 기업지배구조나 고질적인 정경유착,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선되어야하고, 더 투명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것이 우리나라 자본주의 질서 확립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롯데家의 이야기로 연일 언론이 시끌벅적하다. 알고 보니 그 소유주들이 한국말도 어눌한 일본 사람들이더라, 기업의 순익이 상당 부분 일본으로 넘어가는 구조더라, 아예 일본회사라고 봐야한다더라, 기업지배구조가 그 어느 회사보다 불투명해서 순환출자를 분석하기조차 힘들더라 등등 다양한 비판과 실망섞인 기사들이 연일 실시간 검색창에 오르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던 롯데라는 기업은 이랬다.

  • 제과를 중심으로 관광, 건설산업 및 기타 다양한 산업에 문어발식 확장을 한 대기업집단
  • 재일교포인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설립해서 다시 한국으로 역진출한 기업집단
  • 기본적으로 주식공개를 안 하는, 폐쇄적인 경영스타일을 유지하는 비상장 원칙의 기업집단
  • 일본과 한국 양국에 프로야구 팀을 후원하는 기업집단

사실 이 정도였다. 롯데라는 기업이 순수 우리나라 기업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그 사실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롯데캐슬 아파트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인기 아파트이고, 먹거리 이것저것 만들고, 롯데월드는 어렸을 때는 종종 갔었지만 지금은 나이들어서 가기도 좀 뭐한 곳이고, 롯데시네마도 자주 이용하진 않았었지만 가끔 있으면 갔었고… 뭐 그 정도였다. 그런 기업에서 형제간에, 가족간에 경영권분쟁이 일어났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다. 어차피 나와는 별로 관계도 없는 일이려니 하고 있었고, 신동빈이 첫째인지 신동주가 첫째인지, 누가 누구 편인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었다.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재벌 집안 내의 경영권분쟁이 그 기업이 어느 나라 기업이냐에 대한 논란,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사실, 지난 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즈음해서의 태도와는 확실히 다른 언론의 태도부터 관심이 가기 시작하긴 했었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에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재벌의 경영권승계를 위해 소수주주의 권익 침해보다는 엘리엇이라는 외국계 투기세력에 대한 애국심 코스프레로 대놓고 이씨 일가 편을 들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롯데家의 경우에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모든 언론이 비판적인 기사만 쓰고 있었기에 그냥 롯데는 힘있는 광고주가 아닌가 보구나, 언론과 이해관계가 별로 없나보구나 정도만 생각했고, 그들이 충분히 비판하고 있기에 필자가 별도로 비판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좀 이해가 안 가기 시작했다. 지난 십수년간, 경영권분쟁을 한다고 불매운동을 했던 경우는 기억에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경영권분쟁은 보통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좋은 재료가 되고, 주가는 보통 상승하는, 전형적인 호재로 작용한다. 거기다가 이번에 불매운동을 주동하는 두 단체는, 금융소비자원이란 들어본 적 없는 사단법인과 소상공인연합회라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간 롯데마트로 인한 골목상권 논쟁, 롯데 제품들의 떠넘기기 등으로 쌓였던 불만이 지금 터져나왔다고 생각해보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원은 도대체 롯데의 불매운동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금융소비자원의 소개글을 보니,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합리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며, 금융산업과 산업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롯데불매운동그리고, 옆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라기에는 뭔가 섬뜩한 느낌의 불매운동 공지가 떠 있다. 금융소비자원이라는 단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금융소비자와는 별로 관계 없어 보이는, 롯데의 경영권분쟁을 계기로 재벌의 양아치 행태에 대한 심판이란다. 국민과 시장이 ‘가족의 치부 수단’이라고 소비자가 심판해야 한다고 한다. 뭐, 금융소비자와는 관계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기업지배구조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수긍은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들의 불매운동은 오히려 롯데그룹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고, 금융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일부 소수주주의 손해로 연결될 것이다. 뭐 그래도… 그렇다 치자.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래 금융소비자원의 보도자료 목록에는, 보다시피 정작 금융소비자원이란 곳이 더 관심가지고 열심히 활동했었어야 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해서는 단 한 건의 보도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수주주의 권익에 대한 언급이라던가 합병의 부당함 등에 대해서는 커녕, 그 합병에 대해서는 찬성이건 반대건 그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었다. 왜, 금융소비자원이라는 단체가 금융소비자보다 일반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더 적극적일까?

 

금융소비자원알고 보니 일본기업이니 사지 말아야 한다고? 이 역시 금융소비자와는 별 관련 없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롯데그룹의 제품들은 대부분이 Push Marketing을 하는 제품들이라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이나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같이 고객이 직접 찾아가서 구매해야하는 고가의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매채널에 제품을 더 많이 깔아서 사람들의 손에 가까이 닿게 하는 것이 그 성공의 열쇠이다. 소비자는 마가레트나 빼빼로 같은 상품은 구매시점에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언제 국산 과자라고 국산 음료라고 국산품 애용을 외치면서 사먹어 본 적이 있는가? 가게에 가서 눈에 띄는, 그 순간순간 맛있어 보이는 과자나 음료를 고르는 경우가 보통 아닌가? 솔직히, 마가레트나 빼빼로가 롯데 제품인지 아닌지 신경도 안 쓰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아니면, 롯데마트가 한국 기업인 줄로 알고는 있었다지만, 코스트코 대신 롯데마트 가면서 애국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을까? 맥도날드 햄버거 대신 롯데리아 버거 먹으면서 국산품 애용이고 국내 기업 물건 팔아준다고 생각하면서 먹었었나?

불매운동을 하건, 비판을 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리고, 필자도 그로인해 롯데라는 재벌의, 그리고 국내 재벌들의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면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묻고 싶다. 왜 삼성 때는 아무말도 못하고 있던 단체 및 언론들이 롯데 때는 봇물터지듯이 떠들기 시작하는 것인가? 과연 당신들은 객관적인 단체이고 언론이며 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인가?

삼성그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삼성그룹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성공적”이라고 부르기에는 삼성그룹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잃은 것이 너무 많다. 비록 (신) 삼성물산의 출범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승계의 한 단계를 지나왔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합병을, 그리고 승계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조선닷컴]

  • 논공행상은 필요없다. 이번 합병의 최대 공헌자라고 불리우는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은 성과를 치하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엘리엇이라는 복병을 미연에 발견, 방지하지 못한 그들은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다고 봐야할 것이다. 수많은 부작용을 가져왔으며, 비난 여론을 들끓게 하였기에, 차후에는 그들보다는 더 전문성이 뛰어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 소액주주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전일 합병안은 주총참석율, 83.57%, 참석주주의 69.53%가 찬성하면서 가결되었다, 애초 삼성 측 특수관계인(13.82%)과 KCC(5.96%), 국민연금(11.21%)에 국내 기관투자가(11.05%)의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계산하면, 주총참석주주의 약 50%를 이미 확보하고 시작한 경쟁이었다. 즉, 그 이외 약 50%의 참석주주 중에서는 반대표 비중이 60%가 넘었던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소액주주가 상당하였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여러번의 합병과 인수를 지속할 것이 분명한데, 소수주주를 위하는 태도를 유지하여야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앞으로의 과정이 용이할 것이다.
  • 기관투자가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다수의 국내 기관투자가와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가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룹의 가치를 증대시켜서 결국 합병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든,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투자를 늘려주겠다는 약속이었든, 그 약속을 지켜야 다음 합병 및 인수에도 그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감을 보상하여야 한다. 이번 합병 건으로 인해, 특정 인종에 대한 비하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여론 조성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차 확인됨으로써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를 증명해 보여준 셈이 되었다. 삼성그룹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바로잡아줘야 할 것이다.
  • 주가를 회복시켜야 한다. 약속한 바, 광고한 바와 다르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표결 이후, 각각 7.73%, 10.39% 폭락하였다.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합병에 찬성한 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하다. 어떤 형태로든 이를 회복시켜서 그들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
  •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 여론 해소를 도와야 한다. 절차에 대한 논란으로, 합병 이후 주가 폭락으로, 특정 재벌가문을 도왔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들의 찬성표가 없었으면, 본 합병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와라. 국민연금은 다른 어떤 삼성그룹의 계열사에 대해서도 대주주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이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의 합병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6개월 안에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져야 하므로, 다음 단계는 삼성전자와 삼성 SDI의 합병이 다음 단계일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어떤 방법이 되었건 추가적인 논쟁의 거래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기 그룹 총수로써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이번 합병건도 수많은 국민들의 국내 최대 그룹의 깔끔하지 못한 승계, 미흡한 합병 과정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하였고, 심지어 수치심을 느끼는 국만들까지 생기게 되었다.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인 적이 없었기에, 이번의 미숙하였던 합병 절차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 억지 끝의 상처뿐인 성공은 국민들이 차기 삼성 승계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의문케 하였다. 지금처럼 뒤에 숨어만 있지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최전선에 나와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야 다음 승계과정이 순탄할 것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해서

하버드 법대의 베드척 (Bedchuk), 듀크 경영대학의 브라브 (Brav), 그리고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지앙 (Jiang) 교수는 오랜동안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해서 실증적 연구를 해 왔다. 그들이 연구하고자 하였던 가설들은,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법규와 기업이 준비해야할 유익한 변화를 가져올 촉매 역할을 하겠는가?” 혹은 “이러한 행동주의자들이 장기적인 가치창출을 해하는 단기적인 기회주의자들이기에 법규와 기업들은 이를 막아야 할 것인가?”였다.

이들은 1994년 부터 2007년 까지, 약 2,000개의 미국 내 사례를 조사하였고, 헤지펀드는 그 특성상 그들의 전략이나 포지션을 공개하지 않기에, SE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Schedule 13D을 통해 사례들을 발굴, 연구하였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전략은 다양해서,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으며 이 전략들은 병행되기도 한다.

  • 주주가치 증대라는 목적을 위해서 이사회 및 경영진과 규칙적으로 의사소통
  • 기존 이사회 및 경영진과 위임장 경쟁이나 대립 없이 이사회 의석 요구
  • 정식 주주제안 혹은 회사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 및 변화 요구
  • 이사회 의석을 획득하기 위한 위임장 경쟁 협박, 혹은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소송으로 협박
  • 이사회 교체를 위한 위임장 경쟁
  • 기업에 대한 소송
  • 기업 경영권 장악

이들의 결론은 의외로,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관여가, 널리 비판되어 왔었던, 투자제한, 역관여 등을 포함, 장기 성과를 저해하며 단기적인 이익을 얻는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상회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배당 및 영업성과가 증대되었으며, 주주로 하여금 대리인 비용을 줄이게 도와줬다. 전통적인 기관투자자와는 다르게 헤지펀드 매니져들은 투자회사 가치 상승에 대해 개인적으로 훨씬 더 강한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변화가 가능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대주주의 내부 모니터링과 기업사냥꾼들의 외부 모니터링의 중간자역할을 함으로써 결국 다른 모든 주주들의 장기적인 가치상승에 기여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비록 투기세력이고, 시세차익으로 인한 수익성이 목표인 헤지펀드들이지만, 행동주의를 통해 오히려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을 일부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또한, 언뜻 이런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기존 성과가 상당히 좋았었기에, 대상기업의 숫자보다 더 많은 참여자가 등장하게되어 알파 (alpha) 창출이 쉽지 않아진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알파를 찾아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결국 우리나라에 까지 진출하게 되었나보다.

좋든 싫든,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국내에 진입하였고, 아직까지는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나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쉬울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의 국내 시장 진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집단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각종 금융 규제는 더 선진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본 내용은 HARVARD JOHN M. OLIN CENTER FOR LAW, ECONOMICS, AND BUSINESS에서 발간한, “The Long-Term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Lucian Bebchuk, Harvard Law School, Alon Brav, Duke University, and Wei Jiang, Columbia Business School)“와 Journal of Finance 발간, “Hedge Fund Activism, Corporate Governance, and Firm Performance (Alon Brav, Wei Jiang, Frank Partnoy, and Randall Thomas)“에서 발췌, 편집한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합병 시도 중인 제일모직은 우리가 알던 그 제일모직이 아니었다.

제일모직이미지제일모직의 홈페이지가 상당히 엉성한 것도, 오래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일가 지분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사실도, 이상하게는 생각했지만, 필자가 영민하지 못하여 이제서야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대부분 미리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겠지만, 이 글에서 정리해 본다.

[사진출처: 38년 제일모직 의왕 본사 마지막 날 풍경, 지디넷 코리아]

제일모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 1954년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모직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기업
  • 대한민국의 패션의 역사를 주도한 기업
  • 1980년 대 이후에는 화학 부문에 진출하여 합성수지 및 다양한 산업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 1990년 대 이후, 전자재료 사업에 진출하여 다양한 전자재료를 생산하는 기업

뭐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지 않았더라도, 삼성의 대부분의 역사를 같이한 섬유, 화학, 의류 쪽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와 합병되어 현재 삼성물산과 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쉽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제일모직은, 2013년 12월,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수하였고, 2014년 7월 1일 삼성 SDI에 피흡수합병되면서 7월 2일 폐업하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제일모직은 어떤 기업인가? 그냥 에버랜드다. 1963년 동화부동산으로 시작하여, 중앙개발로 상호를 변경하였다가 1997년에 삼성에버랜드로 상호를 변경한, 용인의 놀이동산의 주인이다. 이 기업은 위에서 언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2013년 12월에 (구)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인수한 후, 이듬해 7월, (구)제일모직이 폐업한 이후, 제일모직으로 상호명을 변경한 것이다.

위의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에버랜드에 대해서는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 용인의 놀이동산
  • 서울 근교 및 부산 여러 곳의 골프장들
  •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인한 변칙 상속 논란

역시, 삼성에버랜드보다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인수하는데 적합한 이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제일모직은 우리가 알던 그 제일모직은 아니다.

 

대기업 주주들은 호갱님?

금융학도로써 자주듣는 이론은1952년 Harry Markowitz교수가 발표한 portfolio theory이다.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는 이론적인 논리를 벋어나 모든 자산운용사들이 응용하는 투자 철학의 기초다.

선진 주식시장 데이터에 기초한 많은 연구는 분산투자로 리스크 감소와 동시에 수익 증가를 누릴수있다고 증명되었다. 또한 최고의 수익률은 여러 계열사를 가지고있는 대기업보다 한 가지의 사업에 몰두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일등인 회사가 실적도 월등하다. 한 번 더 나가서 분야별 최고의 회사의 주식만 담은 포트폴리오가 어느 대기업 계열사만 담은 포트폴리오보다 더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가진 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실제로 선진 주식시장에서는, 계열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는 주식가격이 실질가치 이하로 거래되고있다.

이런 증명된 이론을 알면서도 왜 대다수의 국내 투자자들은 여러가지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몰입하는지 필자는 궁금하다. 대기업 주식가격은 실제 적정가치 대비 가격이 기형적으로 쏠려있어서, 투자자들은 적은 수익을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싶다. 나아가서 대기업 소액주주들은 정말 주주의 권리을 알고 합리적인 대후를 받는지도 의심이 간다.

사회적인 관건중 하나인 대기업의 횡포는 왜 갑을 관계에만 집중하는것도 안타깝다. 실질적으로 최고의 횡포를 당하는 분들은 주주들이 아닌가 싶다. 대기업 주주로써, 대기업 오너가에게 싼 자금만 대주는 역할을하고. 기업의 시가를 올려주면서 대기업오너는 부채비율 축소및 기타이득을 거의 공짜로 가져간다.

우리사회는 외국 사모펀드가 회사인수 후 대규모의 배당금을 받아가는것에 대하여 애국심과 회의를 느끼지만, 대기업 오너가 보란듯 가져가는 부적절한 배당금과 회사 자산을 개인적으로 용도로 쓰는것에 대하여 주주로써 왜 반발하지 않는가? 주주가 선정하는 이사회에서는 이런 회사의 자산을, 아니 주주의 자산을 보호하지 않는가?

예를들어, 투자의 귀재 버핏은 포스코의 대주주였었다, 그러나 버핏의 역대 평균투자기간에 대비하면 잠시였을 뿐이였다. 포스코는 무리한 사업확장에 몰입하고 버핏은 초점을 잃은 포스코 주식을 매각한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득을위하여 존재한다는것을 명심해야한다. 주주의 자본으로 사업을 키우고 나오는 실적은 배당금으로 돌려주거나 자사주매입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대기업 오너의 욕심으로 주주의 자본을 무리한 사업확장에 쓰는 것을 보면 투자가로써 배임과 배신감을 느낀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최우선이고 자본만을 위하여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먹튀 vs 먹튀

삼성물산제일모직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로 인해 떠들석하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를 두고 볼 수 없다. 국익의 유출이다 등등의 전문가 의견들과 과장된 기사들, 유태인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비하 등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이씨 일가를 돕기 위해 몇 마디라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다 동원되는 느낌이다. 헤지펀드의 근본 목적, 물론 대부분의 다른 주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투자수익 극대화이다. 이번 건으로 한 몫 챙기려 하는 건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도 한 번 생각해보자.

삼성그룹에 신입으로 입사했던 사람들이나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매년 여름 삼성의 축제라고 불리는 하계수련대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엄청난 응원전과 공연이 수 일에 걸쳐서 진행된다. 그 곳에 가본 사람들은 느꼈을 것이다. 삼성이란 그룹에서 삼성전자와 그 관련 그룹 자회사 몇몇을 제외한 다른 떨거지 자회사들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있는 지, 그리고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마음 깊이 느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현재 정식 직함은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그리고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1991년 삼성전자로 입사해서 대부분의 경력이 삼성전자 내에서 형성되었다. 과거의 에버랜드와 현재의 제일모직의 모든 공시자료를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제일모직의 등기 임원은 커녕 미등기 임원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매입과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상장할 때 잠시 거론된 내용말고는, 그가 과거의 에버랜드나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하여 통합된 제일모직의 어떤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놀이 공원에 업무관련해서 나타났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는 듯 싶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이 된다고 해도, 그가 이 합병된 법인의 경영일선에 설 가능성도 별로 없어보인다. 그가 관심있는건, 오직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으로 보인다. 합병이 된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로 인해 의결권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여전히 그룹의 핵심사업과는 관련 없는, 굴뚝 산업을 운영하는 그룹 내 그 수많은 천대받는 자회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합병이 성사되었을 경우 현 삼성물산의 대표이사인 최치훈 사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주주들이 불합리한 합병비율로 합병을 하게 함으로써 그룹 내 상당한 위치에 오를 지도 모르겠지만, 지방까지 내려가 수박을 돌리던 직원들은 여전히 개차반일 것이다.

과연, 엘리엇 매니지먼트만 먹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