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시장의 32진법

PX1미국의 주식시장은 2001년 4월 9일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소수점 이하 가격을 분수(1/16)로 표기하였다고  한다. 이는 약 400여년 전, 스페인의 트레이더들이 Doubloon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금화로 거래할 당시, 금화의 1/2, 1/4, 1/8의 가치로 호가를 했었던 관습이라고 한다. 엄지손가락은 4를, 나머지 손가락은 각 1을 의미했고, 손가락을 다 핀 것은 4+4로 8, 양손을 다 피면 16을 의미했었다고 한다.

미국의 국채시장은 아직도 소수점 이하를 32진법으로 호가 및 표기한다. 예를 들어 98-08은 98 + 8/32, 즉 십진법으로는 98.25를 의미한다. 이를 틱 (Tick) 이라고 부르며, 1/2 틱은 + 틱으로, 그리고 그 이하 단위도 분수로 표기한다. 예를 들면,

100-03+는 100 + 3.5/32 = 100.109375

99-31 1/4는 99 + 31.25/32 = 99.9765625

처음에는 쓸데없이 복잡한 관습때문에 시장참여자들만 햇갈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지만, 이 32진법은 상당히 효율적이란 방법인 듯 하다. 아직도 전화나 스피커박스를 이용하여 호가를 많이 하는 시장인지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가격을 부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보통 호가를 할 때는 앞의 큰 숫자는 무시하고 뒤의 숫자만 부른다.

예를들어, 100-03+는 영어로 three plus라고 호가한다. 반면 10진법을 사용하면 one zero nine three seven five라고 호가를 해야하니 부르다가 시장가격이 움직여서 다시 호가를 해야할 판이다. 더 간단한 숫자도 마찬가지이다. 100-08의 경우 32진법에서는 eight이라고 호가하지만, 10진법으로는 two five라고 호가해야 할 것이다. 99-31 1/4는 thirty one and quarter라고 부르지만, 10진법은 nine seven six five six two five, 역시 32진법이 부르기도 편하고 오해의 소지도 적다. 앞의 숫자까지 부른다면, ninety nine and thirty one and a quarter 같은 식으로 십진법의 dot 대신 and란 단어로 32진법을 표현한다.

유럽 및 영국, 호주 등 대부분의 기타국가는 10진법으로 가격을 호가하거나 금리로 호가를 하지만, 미국 국채 시장 및 MBS 시장은 아직도 32진법을 사용하고 있고 이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효율적이고도 합리적인 관습인 듯 싶다.

자산 스왑 (Asset Swap)

자산 스왑 (Asset Swap)은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가 자산으로부터의 현금흐름을 변동금리나 고정금리로 변화시키기 위해 계약하는 스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가 채권으로부터의 고정금리 현금흐름을 변동금리 현금흐름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자율 스왑 거래를 하고, 이자율 스왑의 조건을 보유한 고정금리 채권의 현금흐름과 동일하게 계약함으로써 변동금리 채권 (Floater, 혹은 Floating Rate Note, FRN) 을 보유한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러므로, 자산 스왑은 결국 이자율 스왑의 일종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자산스왑_구조도

그림에서 보다시피 자산 스왑은 이자율 스왑과 거의 동일하다. 단지 거래상대방 A는 이자율 스왑의 고정금리 지급 조건을 투자한 자산으로 부터의 현금흐름, 즉 투자한 자산의 고정금리 쿠폰의 지급액과 지급 시기로 일치시키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스왑 거래상대방 B로 부터 변동금리를 지급받게 된다. 거래상대방 A는 이와 같은 거래를 함으로써 이자율의 변동으로 인한 자산가격의 변화 위험을 헤지 (Hedge) 할 수 있다.

거래상대방 A는 1) 고정금리 자산 매입, 2) 매입한 자산의 현금흐름을 고정금리로 지급하는 이자율 스왑 거래 계약의 두 가지 단계로 거래함으로써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변동채에 투자한 것과 거의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얻게 되는데, 변동채 투자 시와의 차이점은, 스왑 거래상대방인 B에 대한 거래상대방 위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거래는 일반적으로 조달금리가 변동금리의 성격을 띄는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많이 거래하게 된다. 그냥 변동채를 매입하는 대신, 고정채를 매입하고 자산스왑을 하여 변동채를 매입한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얻는 주된 이유는 1) 시중에 유통되거나 신규 발행되는 변동채가 그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2) 변동채는 대체로 유동성이 떨어져서 만기 전에 유통시장에서 매도할 시에는 거래비용이 더 많이 발생 (즉, 매입할 때는 더 비싼가격으로, 매도할 때는 더 싼 가격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 때문이다.

이 때, 매입한 자산, 즉 고정금리채가 Par (원금의 100%) 가 아닌 경우, 채권쿠폰의 현금흐름만 변동금리로 교환하는 쿠폰 스왑 (Coupon Swap) , 그리고 채권과 스왑의 거래금액이 Par (원금의 100%) 라고 가정하고 거래하는 파-파 스왑 (Par-Par Swap) 의 두 가지 형태로 거래할 수 있다. 파-파 스왑의 경우 투자자산의 원금도 Par라고 가정하기에 거래 시점에 투자산의 가격과 Par의 차액을 정산하게 된다.

 


참고

삼성그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삼성그룹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성공적”이라고 부르기에는 삼성그룹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잃은 것이 너무 많다. 비록 (신) 삼성물산의 출범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승계의 한 단계를 지나왔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합병을, 그리고 승계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조선닷컴]

  • 논공행상은 필요없다. 이번 합병의 최대 공헌자라고 불리우는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은 성과를 치하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엘리엇이라는 복병을 미연에 발견, 방지하지 못한 그들은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다고 봐야할 것이다. 수많은 부작용을 가져왔으며, 비난 여론을 들끓게 하였기에, 차후에는 그들보다는 더 전문성이 뛰어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 소액주주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전일 합병안은 주총참석율, 83.57%, 참석주주의 69.53%가 찬성하면서 가결되었다, 애초 삼성 측 특수관계인(13.82%)과 KCC(5.96%), 국민연금(11.21%)에 국내 기관투자가(11.05%)의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계산하면, 주총참석주주의 약 50%를 이미 확보하고 시작한 경쟁이었다. 즉, 그 이외 약 50%의 참석주주 중에서는 반대표 비중이 60%가 넘었던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소액주주가 상당하였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여러번의 합병과 인수를 지속할 것이 분명한데, 소수주주를 위하는 태도를 유지하여야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앞으로의 과정이 용이할 것이다.
  • 기관투자가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다수의 국내 기관투자가와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가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룹의 가치를 증대시켜서 결국 합병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든,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투자를 늘려주겠다는 약속이었든, 그 약속을 지켜야 다음 합병 및 인수에도 그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감을 보상하여야 한다. 이번 합병 건으로 인해, 특정 인종에 대한 비하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여론 조성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차 확인됨으로써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를 증명해 보여준 셈이 되었다. 삼성그룹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바로잡아줘야 할 것이다.
  • 주가를 회복시켜야 한다. 약속한 바, 광고한 바와 다르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표결 이후, 각각 7.73%, 10.39% 폭락하였다.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합병에 찬성한 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하다. 어떤 형태로든 이를 회복시켜서 그들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
  •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 여론 해소를 도와야 한다. 절차에 대한 논란으로, 합병 이후 주가 폭락으로, 특정 재벌가문을 도왔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들의 찬성표가 없었으면, 본 합병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와라. 국민연금은 다른 어떤 삼성그룹의 계열사에 대해서도 대주주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이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의 합병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6개월 안에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져야 하므로, 다음 단계는 삼성전자와 삼성 SDI의 합병이 다음 단계일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어떤 방법이 되었건 추가적인 논쟁의 거래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기 그룹 총수로써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이번 합병건도 수많은 국민들의 국내 최대 그룹의 깔끔하지 못한 승계, 미흡한 합병 과정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하였고, 심지어 수치심을 느끼는 국만들까지 생기게 되었다.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인 적이 없었기에, 이번의 미숙하였던 합병 절차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 억지 끝의 상처뿐인 성공은 국민들이 차기 삼성 승계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의문케 하였다. 지금처럼 뒤에 숨어만 있지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최전선에 나와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야 다음 승계과정이 순탄할 것이다.

포이즌 필 (Poison Pill) 이란?

pill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한 외국계 헤지펀드가 반대 의사를 표현하면서 재계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차등의결권과 더불어 자주 언급하고 있는 포이즌 필 (Poison Pill) 에 대해서 알아보자.

포이즌 필은 1980년 대 초, 칼 아이칸 (Carl Icahn) 과 같은 기업사냥꾼들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1982년, 기업 인수 합병 전문 변호사인 마틴 립튼이 고안하였다. “독이 든 알약”이라는 표현은 근대 스파이들이 적에게 발각, 체포되었을 시, 자살용으로 만들어 소지하고 다니던 독이 든 알약이라는 의미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 의미 자체가 “독이 든 알약” 이다 시피, 적대적 M&A 인수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게 됨에 따라 인수자로 하여금 인수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자주 언급되는 방식은 아래의 두 가지이다.

  • 플립 인 (Flip-in): 인수를 시도하는 인수자를 제외, 기존 주주들로 하여금 더 싼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적대적 인수자가 등장하였을 때, 피인수대상 회사는 포이즌 필을 가동, 신주를 헐값에 발행하는데, 매수권은 기존 주주들에게만 있다. 발행 주수가 증가되면서 적대적 인수자의 지분 비율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또한, 지분 비율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여 이까지 매수한다 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지급하면서 매수하게 되기에 인수가치에 비해 웃돈을 주고 매입하는 격이 되어 인수 의지가 떨어지게 된다.
  • 플립 오버 (Flip-over): 이는 주주들로 하여금 합병 이후 통합 회사의 주식을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이다. 적대적 인수자에게는 비용으로 작용하고, 또한 기존 주주의 합병 이후 주주가치 훼손을 입게 될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해서,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주를 매입할 수 있게 하여, 그 우선주가 일종의 채권 형태로 기업가치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방법이 고안되어 있다.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인해, 김신 삼성물산 사장도 경영권 방어제도에 대해서 “절대 찬성” 이라고 했다고 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신석훈 기업정책팀장도 “자본시장을 개방했다면 적어도 외국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동등한 무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하면서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등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자에 대한 방어수단이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과 같은 우호적 합병을 추진시키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해서

하버드 법대의 베드척 (Bedchuk), 듀크 경영대학의 브라브 (Brav), 그리고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지앙 (Jiang) 교수는 오랜동안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해서 실증적 연구를 해 왔다. 그들이 연구하고자 하였던 가설들은,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법규와 기업이 준비해야할 유익한 변화를 가져올 촉매 역할을 하겠는가?” 혹은 “이러한 행동주의자들이 장기적인 가치창출을 해하는 단기적인 기회주의자들이기에 법규와 기업들은 이를 막아야 할 것인가?”였다.

이들은 1994년 부터 2007년 까지, 약 2,000개의 미국 내 사례를 조사하였고, 헤지펀드는 그 특성상 그들의 전략이나 포지션을 공개하지 않기에, SE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Schedule 13D을 통해 사례들을 발굴, 연구하였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전략은 다양해서,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으며 이 전략들은 병행되기도 한다.

  • 주주가치 증대라는 목적을 위해서 이사회 및 경영진과 규칙적으로 의사소통
  • 기존 이사회 및 경영진과 위임장 경쟁이나 대립 없이 이사회 의석 요구
  • 정식 주주제안 혹은 회사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 및 변화 요구
  • 이사회 의석을 획득하기 위한 위임장 경쟁 협박, 혹은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소송으로 협박
  • 이사회 교체를 위한 위임장 경쟁
  • 기업에 대한 소송
  • 기업 경영권 장악

이들의 결론은 의외로,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관여가, 널리 비판되어 왔었던, 투자제한, 역관여 등을 포함, 장기 성과를 저해하며 단기적인 이익을 얻는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상회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배당 및 영업성과가 증대되었으며, 주주로 하여금 대리인 비용을 줄이게 도와줬다. 전통적인 기관투자자와는 다르게 헤지펀드 매니져들은 투자회사 가치 상승에 대해 개인적으로 훨씬 더 강한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변화가 가능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대주주의 내부 모니터링과 기업사냥꾼들의 외부 모니터링의 중간자역할을 함으로써 결국 다른 모든 주주들의 장기적인 가치상승에 기여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비록 투기세력이고, 시세차익으로 인한 수익성이 목표인 헤지펀드들이지만, 행동주의를 통해 오히려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을 일부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또한, 언뜻 이런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기존 성과가 상당히 좋았었기에, 대상기업의 숫자보다 더 많은 참여자가 등장하게되어 알파 (alpha) 창출이 쉽지 않아진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알파를 찾아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결국 우리나라에 까지 진출하게 되었나보다.

좋든 싫든,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국내에 진입하였고, 아직까지는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나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쉬울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의 국내 시장 진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집단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각종 금융 규제는 더 선진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본 내용은 HARVARD JOHN M. OLIN CENTER FOR LAW, ECONOMICS, AND BUSINESS에서 발간한, “The Long-Term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Lucian Bebchuk, Harvard Law School, Alon Brav, Duke University, and Wei Jiang, Columbia Business School)“와 Journal of Finance 발간, “Hedge Fund Activism, Corporate Governance, and Firm Performance (Alon Brav, Wei Jiang, Frank Partnoy, and Randall Thomas)“에서 발췌, 편집한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합병 시도 중인 제일모직은 우리가 알던 그 제일모직이 아니었다.

제일모직이미지제일모직의 홈페이지가 상당히 엉성한 것도, 오래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일가 지분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사실도, 이상하게는 생각했지만, 필자가 영민하지 못하여 이제서야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대부분 미리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겠지만, 이 글에서 정리해 본다.

[사진출처: 38년 제일모직 의왕 본사 마지막 날 풍경, 지디넷 코리아]

제일모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 1954년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모직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기업
  • 대한민국의 패션의 역사를 주도한 기업
  • 1980년 대 이후에는 화학 부문에 진출하여 합성수지 및 다양한 산업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 1990년 대 이후, 전자재료 사업에 진출하여 다양한 전자재료를 생산하는 기업

뭐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지 않았더라도, 삼성의 대부분의 역사를 같이한 섬유, 화학, 의류 쪽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와 합병되어 현재 삼성물산과 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쉽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제일모직은, 2013년 12월,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수하였고, 2014년 7월 1일 삼성 SDI에 피흡수합병되면서 7월 2일 폐업하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제일모직은 어떤 기업인가? 그냥 에버랜드다. 1963년 동화부동산으로 시작하여, 중앙개발로 상호를 변경하였다가 1997년에 삼성에버랜드로 상호를 변경한, 용인의 놀이동산의 주인이다. 이 기업은 위에서 언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2013년 12월에 (구)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인수한 후, 이듬해 7월, (구)제일모직이 폐업한 이후, 제일모직으로 상호명을 변경한 것이다.

위의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에버랜드에 대해서는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 용인의 놀이동산
  • 서울 근교 및 부산 여러 곳의 골프장들
  •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인한 변칙 상속 논란

역시, 삼성에버랜드보다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인수하는데 적합한 이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제일모직은 우리가 알던 그 제일모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