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은 무엇을 공격하고 있는가?

PaulSinger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의 합병비율을 문제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 시키기 위한 엘리엇 매니지먼트 (Elliott Management)에 대한 기사들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 벌처펀드의 공격, 국제 투기세력의 공격이라는 등 각 언론사들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 의견 제시에 대해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공격하는 것일까?

[사진 출처: 블룸버그]

주식회사의 합병이나 해산은, 그 자체로 회사의 주인들이라 할 수 있는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영사안들과 다르게 주주총회 출석 주수의 2/3 이상이 찬성, 그리고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의 1/3 이상이 찬성해야 진행할 수 있다. 주식회사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들 중에서 가장 많은 주주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는 의결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약 7.12% 보유하고 있고, 배경이야 어찌되었든 주주, 즉 삼성물산의 7.12%의 소유주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고, 또한 반대세력을 응집하고 있다. 사실 엘리엇의 지분은 본 합병의 최대 수혜자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0% 혹은 거의 없음)이나 이건희 회장(1.41%) 보다 훨씬 더 많다. 자사주 매도라는 꼼수를 사용하여 우호지분 확보 백기사로 관여하게된 KCC가 5.96%, 이 씨 일가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가 약 13.92%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엘리엇은 국민연금 (11.21%)과 삼성 SDI (7.39%) 다음의 3대 주주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 기업의 제 3대 주주가 경영권 확보는 커녕, 가장 많은 주주의 찬성이 필요한 사안인 합병을 반대하기도 버겨워 보이는 상태인 것이다. 엘리엇은 그저, “난 이 합병 반델세, 난 이러저러한 이유로 반대하니 반대할 사람은 힘을 합칩시다.” 정도의, 3대 주주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힘없는 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 항간의 언론사라 하는 회사들은 삼성그룹에 대한 공격, 삼성전자의 경영권에 최종 목표(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약 4.1%이므로, 삼성전자 주식을 배당한다 하더라도 엘리엇은 겨우 약 0.29%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한다.), 국익에 대한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등의 과장된 표현을 서슴없이 하며 국민 여론이 삼성그룹의 편으로 기울게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이고, 국내 최대 광고주 집단의 눈치를 본다고 하지만, 너무 지조없는 기사들을 생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엘리엇은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두 기업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있고, 그 합병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서 엘리엇이 승리했다고 하기도, 삼성그룹이 위험에 처한다고 할 일도 없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고, 삼성물산에 더 유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되어 합병이 재성사된다고 하면, 엘리엇은 수 천억의 수익을 챙기겠지만, 그래봤자 전체 수익의 7.12%만 가져갈 뿐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기관의 지분 22.26%, 기타 소액주주의 24.33% 지분도 수혜를 입게 되며, 엘리엇이 챙기는 수익은 그 중 일부일 뿐이다.

굳이 엘리엇이 공격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삼성그룹도, 국익도 아닌, 순환출자로 재벌 일가 소수가 적은 지분으로 모든 경영권과 혜택을 누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인, 시대착오적인 국내 대기업 집단들의 기업지배구조일 것이다.

 

토탈 리턴 스왑 (Total Return Swap, TRS)

1997년 초, 외국계 투자은행인 JP Morgan은 국내 금융기관에게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주고, 동남아 채권에 투자하는 파생 금융상품을 판매했었다. 당시 다이아몬드 펀드, 어드밴스드 펀드 등의 이름으로 총 7개의 펀드, 투자 원금 총액 2억 7천만 달러 상당을 모집하였었고, 이 펀드 상품들은 엔화와 태국 바트화 간의 토탈 리턴 스왑 (Total Return Swap, TRS) 구조가 포함되어 있었다. 97년 7월 이후 태국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 처럼 불어났으며, 이후 국내 및 해외에서 각종 소송이 걸리면서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었다.

우선 다이아몬드 펀드건 어드밴스드 펀드 같은 복잡한 구조는 접어두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그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토탈 리턴 스왑이 무엇인지, 토탈 리턴 스왑에 내재된 위험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토탈리턴스왑_구조도

 

토탈 리턴 스왑의 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는 위와 같다. 사실 토탈 리턴 스왑 그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거나 위험한 구조가 아니다.

차트에 보이듯이, 토탈 리턴을 수취하려는 수취자, 거래상대방 B가 일정 비용(보통 고정금리 혹은 변동금리+가산금리)을 토탈 리턴 지급자, 거래상대방 A에게 지불하고, 토탈 리턴 지급자는 대상자산의 성과를 그대로 수취자에게 지급하여 주는 구조이다. 물론 대상자산으로 부터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토탈 리턴 지급자는 음(-)의 성과를 지불한다. (다시 말해서, 토탈 리턴 수취자가 그 손실만큼을 토탈 리턴 지급자에게 지불한다.) 대상자산은 주식, 채권, 주가지수, 환율 등 토탈 리턴 지급자가 그 성과를 헤지 (Hedge) 혹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그 어떤 자산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토탈 리턴 스왑은 토탈 리턴 수취자로 하여금 대상자산을 직접 매입하지 않아도 그 성과를 그대로 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수취자가 쉽게 직접 거래할 수 없는 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고, 레버리지 효과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반면에 토탈 리턴 지급자는 스왑에 대한 비용을 수익으로 수취하고, 대상자산의 성과를 지급하기 위해 충분한 헤지 (Hedge)를 하거나 혹은 대상자산에 대한 View가 있다면, 스스로 대상자산의 성과지급에 대한 위험을 지게 된다(대상자산에 대한 숏포지션 [Short Position]).

본 구조에서, 토탈 리턴 수취자 입장에서의 주요 위험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1) 대상자산의 성과(손실)에 대한 위험2) 토탈 리턴 지급자의 신용위험이다.

 

1) 대상자산의 성과(손실)에 대한 위험

위에도 언급되었지만, 토탈 리턴 수취자는 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그 성과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레버리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대상자산에서의 손실이 증가할 경우, 토탈 리턴 스왑의 비용 뿐 아니라, 그 손실을 지급해야 하기에 무분별한 레버리지 상태에서 대상자산의 손실이 증가하게 되면 토탈 리턴 수취자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97년의 태국 바트화 연계 펀드들의 경우가 이와 같은 경우였다.

 

2) 토탈 리턴 지급자의 신용위험

토탈 리턴 스왑은 두 당사자간의 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대상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하였더라도 토탈 리턴 지급자가 이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면 수취자는 대상자산의 성과를 획득하지 못한다. 따라서, 토탈 리턴 스왑의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거래 상대방인 토탈 리턴 지급자의 신용상태를 체크해봐야 할 것이다.

 

반면, 토탈 리턴 지급자 입장에서의 주요 위험은, 1) 대상자산의 헤지 위험2) 토탈 리턴 수취자의 신용위험이 있다.

 

1) 대상자산의 헤지 위험

대상자산에서 성과가 발생하였을 시에 토탈 리턴 지급자는 그 성과를 수취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급자 스스로 대상자산의 성과가 악화될 것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숏포지션 (Short Position)을 취하려 하지 않는 이상, 대상자산에 대한 헤지(Hedge)를 해야 한다. 토탈 리턴 수취자로부터의 비용지급이 충분한 수준이라면, 지급자가 직접 대상자산을 매입, 그 성과를 수취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세금의 문제나 대상자산 직접 매입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해당 시장 자체가 비효율적인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대상자산의 성과를 가장 가깝게 따를 수 있는 좀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헤지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헤지가 완전하지 않을 경우, 대상자산의 성과를 헤지 수단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2) 토탈 리턴 수취자의 신용위험

토탈 리턴 지급자의 신용위험과 거의 동일하다. 대상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하였을 경우, 토탈 리턴 수취자가 이를 지급하지 못하는 신용위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토탈 리턴 스왑의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거래 상대방인 토탈 리턴 수취자의 신용상태를 체크해봐야 할 것이다. 수취자나 지급자의 신용 위험의 경우 담보 지급 등의 방법으로 신용위험을 줄이는 경우도 많다.

 


이상으로 토탈 리턴 스왑의 구조와 위험에 관해 살펴보았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이는 두 당사자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될 수 있고, 그 어떤 자산에 대해서도 상호 합의만 일어난다면 거래할 수 있다. 또한, 위의 그림에서 보이듯이, 그 구조 자체가 위험한 형태는 전혀 아니다. 대부분의 장외 파생상품 거래가 신용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토탈 리턴 스왑 그 자체의 위험은 주로 대상자산의 성과, 그리고 레버리지에서 나온다.

 


참고

한국 사회의 군인정신

군인정신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자마자 군대를 복무해야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군대에서 文明이 잠시 지워지기도 하지만 전역 후 기다리는 사회생활의 맛을 보고 미리 준비하는 단계 중 하나인 것 같다. 회사에서도 군대에서 배운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특히 대기업에선 좀 더 심한것 같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오늘도 모회사에서는 박부장이 김대리한테 말도 안되는 일을 시키면서 호통을 치고있다. 김대리는 멘붕도 잠시, 갈증과 타오르는 속을 달래기 위해, 빌딩 뒷 골목에서 커피를 손에 들고 입에 문 담배를 빨아들이면서 깊은 생각에 빠진다. 박부장이 시킨 일은 라이벌 회사의 전략을 어떻게라도 해서 알아내라는것이다. 임원 지시니 내일까지 보고서를 어떻해서라도 제출해야한다. 할 수 없는 일인데도 해야된다. 왜냐면 그것도 곧 실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봉이 김선달 後 최고의 상인인 故 정주영 회장의 명언이 기억난다. “해보기나 했어?” 光復後 절박한 시대에서 우러난 도전정신이 담긴 어록이다. 한국 사회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건국하여 경제를 현대화 시킨 큰 유적을 남겼지만, 지금 사회는 “하면된다”라는 구호를 도전에서 억지로 변형시킨 것 아니가 싶다.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을 매일 반복해야 하지만, 억지로 실적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불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참된 실력은 장인의 손에서 피어나는 작품처럼, 긴 시간 동안 달고 닦은 노력의 美다. 시간과 노력의 꽃을 하루 아침에 소유할 수도 없고, 어설픈 모방 자체도 못 한다. 허나 언제까지 억지로 하루 하루 실적을 만들고 매서운 군인정신으로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희미한 빛을 내고 마감하면 내일은 또 다른 방법으로 빛을 내야하는 한국의 회사원들이 불쌍하기도하고 안타깝다.

現 時代는 창조로 이어가는 도전을하여 미래를 구축해야 하는것이 主 임무다. 군인정신으로 도전하되 시간과 노력의 투자 없이 無에서 有를 창조한다는 억지는 버리기를 바란다.

오늘도 퇴근길에 동료들과 하는 소주잔은 悲로 채워지지만. 내일의 소주잔은 喜로 채워지기를 기원한다.

부회장은 왜 고개를 숙였을까?

이재용사과지난 6월 23일, 메르스에 관한 국민들의 근심과 걱정이 한창일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래의 기사와 같이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참고 및 사진 출처: 고개숙인 이재용 대국민 사과 “환자분들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 [스포츠 경향 6월 23일]

다들 의아해 하였었을 것이고, 필자 또한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메르스 확진자의 거의 반 정도가 삼성의료원를 거쳤다고 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부족했었기에 감염자가 많이 나왔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송재훈 원장이 6월 17일에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이는 모습이 나왓었을 때만 해도 여론은 왜 일개 민간병원의 원장이 정부로 부터 질타를 받아야 하느냐라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6일 후,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과연 왜 그랬었을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3세로 어려서 부터 남에게 고개 숙일 일이 참 없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어딘가에서 고개까지 숙여 사과했었던 기억이 없으니, 나름 상당히 꽂꽂한 허리를 지니신 분일 것이다. 이러한 분이 여론의 강요나 누군가의 압박없이 전격적으로 스스로 고개를 숙여서 사과하였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긴 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필자는 무엇이 사실인지, 왜 그랬는지 그들만큼 많이 알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을 아래의 세 가지 가설로 정리해 보았다.

 

가설 1. 도덕적인 경영자로의 발전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고, 삼성그룹의 차기 주자로, 늘상 황태자라는 별명을 듣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시대를 열면서 도덕적인 경영자로 거듭나기로 결심하였다. 가장 바람직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는 박원순 시장의 긴급발표까지 병원명에 대한 공개를 전혀 하지 않았었고, 35번 의료진 환자에 대한 논란이 일게 되자 삼성서울병원이 공식 기자회견을 가지게 되면서 병원목록을 공개하였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D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공식적으로 확인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런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양심에 따라 스스로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얼마나 보기 좋은 자세인가? 하지만, 이랬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많이 낮아보이기는 하다.

 

가설 2. 논란이 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에 대한 선제적 감성팔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5월 26일 오전 출근 길 공시 형태로 발표되었었다. 이에 대해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6월 3일 기존 4.95%의 보유지분에 추가로 2.17%를 매입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기에 제시된 합병비율로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였고, 타 주주들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외국인 주주와 일부 기관투자자도 물론이거니와 소수주주들도 옳지 않다는 의견 한 번 내보지 못하던 입장에서 강한 호응을 하기 시작하였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에, 메르스로 인한 삼성서울병원의 안 좋은 감정이 본 합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어 선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선한 이미지를 구축할라고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설 3. 보건복지부에 대한 제스처?

가설2와 비슷한 이유이다.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여 주식 총 수의 2/3, 의결권 있는 주식 총 수의 1/3이 찬성을 해야 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세력 규합에 반하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11.21%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르면,

제2장 행사기준 제6조(행사기준의 기본원칙) 개별 안건에 대한 의결권행사기준은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에 따라 정한다.

1.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고 기금의 이익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찬성한다.

2.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하여는 반대한다.

3. 위의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중립 또는 기권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다. 합병을 함으로써 주주가치는 감소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합병비율의 공정성은 삼성물산 주주 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고,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의 주식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어 투자가치 기준으로는 비슷한 금액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 주식수가 월등히 많아서 기금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행사 방법은 아래와 같다.

제3장 행사방법

제 8조(의사결정의 주체 등)

1항 투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사한다.

2항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이하 “전문위원회”라 한다)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3항 의결권 행사 시 외부 의결권 전무기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투자위원회, 기금운용본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그 위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기금운용지침, 연도별 운용계획, 운용결과 평가 등 기금운용에 과한 중요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며, 이는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과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계전문가로 구성,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사전 심의기구인 실무평가위원회를 비롯,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자료출처: 국민연금 홈페이지]

문형표잠깐만…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맞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관련 보건만 담당이 아니고 국민연금 및 기타 복지도 책임지는 부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한 이유는 세 가지 가설 중 어느 것이 가장 가까울까?

이유 여하를 떠나서, 도덕적인 양심 때문이었건, 책임감이었건, 무난한 합병이라는 주요 목적을 위해서였건… 그 고귀하신 자존심을 굽히고 일반 국민들에게 까지 고개 숙여 사과한 부회장의 결단력은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

반 쪽짜리 벤치마킹

삼성그룹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건희 회장 下, 글로벌 기업인 GE를 벤치마킹하여 글로벌 기업이라 표방, 그룹 전체를 성장시켜 왔다. GE에 대한 벤치마킹의 영향으로 가장 좋은 예는, 현 삼성 계열사 스타 사장 중 하나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사장은 엄격히 말해서 삼성출신이 아니며, 기수가 없는 삼성 內의 外人이다. 대졸공채로 기수를 받고 그룹교육 및 하계수련대회 등를 통해 골수 삼성맨의 길을 걷지 않고 GE에서 스카웃 되어 온 외부 전문경영인이다.

i.aspx그가 외부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內에서 스타 사장 중 하나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삼성은 예전부터 외부 전문가를 스카웃왔지만, 대부분 삼성의 문화와 공채출신의 텃세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내부적으로도 기수가 없는 임직원은 언제 짐을 싸야할지 모르는 계약직이나 다름없다.

GE 벤치마킹을 통해 삼성은 21세기 경영 구조의 바탕을 구축했으나 아직도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철학을 무시하며 존재한다. 주식회사의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고,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한다. GE도 삼성처럼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큰 차이는 조직도, 즉 기업지배구조에 담겨져 있다.

반면에 GE의 구조는 한국대기업들에 비해 단조롭다. 하나의 회사로써 GE의 주주들은 모든 사업에 경영 지배권이 있다. 허나 삼성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은 자회사 모델이 아니라 계열사 모델이다. 계열사 구조를 통해 자본을 시장에서 끌어오고, 순환출자 구조로 오너家는 적은 지분의 주식으로 경영권을 지켜왔다. 이런 구조는 경영권 보호라기보다는 차라리 꿩먹고 알도 먹겠다는 도둑 심보나 다름없다.

투명성을 요구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옛구조는 조선시대에나 알맞는 구조다. 남의 돈을 모아 이익을 창출하고 공정한 분배보다는 남의 자본으로 자기들의 왕국을 유지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러면 철학적으로 북녘의 김씨 왕조와 크게 다를것이 없지 않은가?

삼성家가 경영권을 지키고 싶다면, 공정하게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야한다. 부적절한 방법과 수단으로 지키는 이 시대의 치졸家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캐리 트레이드 (Carry Trade)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이자율)이 낮은 국가의 통화로 대출을 받아서, 금리(이자율)이 높은 국가에 투자하여 금리차이를 얻거나, 또는 수익율이 높은 투자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도식화 하면 아래와 같다.

Untitled즉, 금리가 낮은 국가 A에서 국가 A의 통화로 대출을 받아서, 이 금액을 국가 B이 통화로 환전하고, 이 환전된 금액으로 국가 B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엔화금리가 장기간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였기에 엔화로 대출을 받아 미국, 한국 등 일본이 아닌 다른 국가의 통화로 환전, 그리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하였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하였었다. 국제금융지식이 많지 않은 의사 및 부동산 임대업자들도 일본에서 저금리의 자금을 대출받아서 병원을 설립하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아주 활발히 캐리 트레이드가 진행되었었다. 수 년 전에는, 해외에서 차입하는 형태와 반대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브라질의 단기, 중기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았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본 투자구조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자금을 차입하고 다른 통화로 투자를 하였기에, 캐리 트레이드로 재정적으로 큰 위기에 오거나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던 투자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간과했던 위험,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손실이 오게 하였던 위험은, 외환시장에서의 환율위험이었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서, 높은 수익율(혹은 금리)에 투자하여 일종의 차익거래(아비트라지, 무위험 수익이라고도 한다.)는 빌리는 자금과 투자한 자금이 같은 통화일 때만 성립한다. 그리고, 사실 개인에게는 이러한 기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캐리 트레이드는 빌린 자금과 투자하는 자금이 다른 통화이기 때문에 위 그림의 주황색 부분, 외환시장에서 두 통화간의 환율에 따라 그 성과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즉, 낮은 금리의 국가 A의 통화로 자금을 빌려서 국가 B의 투자안에 더 높은 수익율로 투자하여 그 투자가 성공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자 및 원금을 상환할 시점에 국가 A의 통화가 국가 B의 통화보다 가치가 상승하였다면, 국가 B의 통화로 계산한 이자 및 원금 금액은 그 환율의 차이만큼 증가하는 것이다.

아래의 예를 살펴보자.

예1) 국가 A의 대출금리가 연 1%, A통화(a)와 B통화(b)의 환율이 1:10이었고, 국가 B에는 1년 후 4%의 수익율이 예상되는 투자안이 있다고 하자. 국가 A에서 100a만큼을 빌려, 외환시장에서 1,000b로 환전, 국가 B의 투자안에 투자하였다.

1년 후, 국가 B의 투자안은 예상된 수익율대로, 4%의 수익이 생겼고, 투자원금 및 수익은 총 1,040b였다. 그러나 1년 후의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a:b=1:11로 거래되고 있었다면, 갚아야 할 100a에 이자비용 1%를 합친 101a는 이제 1,111b가 되었다. 투자안 B는 예상대로 성과를 거두었지만, 투자시점에 예상했던 3%의 차익은 커녕 오히려 6.1%의 손실이 발생하였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사실 3%의 차익(위의 예에서 봤듯이 사실 차익이라고 할 수는 없다.)을 보고 투자했다가 오히려 A국가 통화 가치가 하락하여 수익이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예2) 모든 조건은 예1)과 동일하다, 다만 1년 후 외환시장에서의 환율은 a:b=1:9이다.

1년 후, 국가 B의 투자안은 예상된 수익율대로, 4%의 수익이 생겼고, 투자원금 및 수익은 총 1,040b였다. 그리고 1년 후의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a:b=1:9로 거래되고 있었다면, 갚아야 할 100a에 이자비용 1%를 합친 101a는 이제 909b가 되었다. 투자안 B는 예상대로 성과를 거두었고, 투자시점에 예상했던 3%의 차익에 더하여 환율의 차이로 인해 총 13.1%의 수익이 발생하였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캐리 트레이드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은 환율이다. 일반적으로 양국의 금리차이보다 환율의 변동가능폭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환율을 헤지한다면 그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지만, 금융시장은 상당히 효율적이어서 환율위험을 선물이나 다른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헤지하고 나면 취하려했던 양국간의 금리차이는 거의 의미없는 수준으로 낮아지던가 오히려 음(-)의 차이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캐리 트레이드는 양국간의 환율이 일정하지 않다면, 양국의 금리차이보다는 환율의 움직임에 의해서 그 성과가 주로 좌우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차이에 대한 차익거래가 아니라, 오히려 양국 간의 환율에 대한 베팅(Betting)이라고 볼 수 있고, 차익거래라고 생각한 양국 간의 금리차이는 사실, 환율 움직임에 대한 완충(Buffer) 역할을 할 뿐이다.